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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나도 바람이고 싶다/여행2

위도 띠뱃놀이를 찾아서/펌

위도 띠뱃놀이를 찾아서

 

 

 

음력 정월 초사흗날(올해는 2월 20일)이면 부안의 위도에는

오랜 세월 되물림으로 그 원형과 명맥을 지켜온

띠뱃놀이(중요무형문화재 제82호)가 펼쳐진다.

그곳에 나는 두 차례 다녀왔고, 두번 다 마음이 아팠다.

마지막으로 내가 찾았을 때 띠뱃놀이가 열리는 위도 대리에는

뱃기를 들 사람도 부족해 외부에서 온 취재진까지 총동원해

겨우 산꼭대기 원당에 오를 수 있었다. 

사실상 대리에는 띠뱃놀이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60세 이상인데,

문제는 이들이 떠난 뒤의 띠뱃놀이 운명이다.

 

                   

 

"아니 띠뱃놀이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누군가는 반문할지도 모른다.

관심도 없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

문화재청이나 언론매체, 인터넷 미디어조차

띠뱃놀이를 무슨 드라마나 영화, 요리 한 접시보다 못하게 취급하는 게 현실이니까. 

 

 

하지만 유럽의 인류학자나 일본의 민속학자들 사이에서는

위도 띠뱃놀이가 '동아시아 최고의 풍어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심지어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원생 한 명은

<동아시아의 풍어제>란 논문을 쓰기 위해 위도를 방문할 정도로

외국의 관심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것보다 훨씬 뜨겁다.

그 대학원생은 이렇게 말했었다.

"지금까지 옛 풍어제의 원형을 지켜왔다는 게 놀랍습니다."

 

                   

 

외국에서의 관심도에 비해 정작 우리는

띠뱃놀이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냉담하고 푸대접을 한다.

안타깝지만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띠뱃놀이는 원당에 올라 선주굿을 지내는 원당굿,

마을을 한 바퀴 돌며 지신밟기를 하는 주산돌기,

바다의 용왕신에게 제를 지내는 용왕제,

띠배에 액운을 실어보내는 띠배띄우기의 순으로 진행된다.

 

                   

 

띠뱃놀이의 절정은 모선이 선착장에서 띠배를 끌고 나가

먼 바다에서 띠배의 줄을 끊어 띠배를 띄어보내는 마지막 과정이다.

모선이 띠배를 끌고가는 동안 뱃사람들은

출렁거리는 배 위에서 풍물을 치고,

풍어를 기원한다.

 

 

위도는 과거 조기의 산지였던

칠산어장의 중심지나 다름없었다.

사실 서해의 풍어제는 조기가 올라오는 길목의 섬에서

가장 성대하게 치러졌다.

그러나 이제 조기어장도, 조기파시도, 풍어제도

아득한 옛날의 추억이 되어가고 있다.

 

 

위도 띠뱃놀이는 그저 단순한 풍어제가 아니다.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문화와 민중유산의 위기 속을

쓸쓸하게 떠가는 눈물 한 방울,

그것을 지켜가려는 사람들의 한숨 섞인 밥 한 그릇이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바다를 지켜온 뱃사람들의 눈물겨운

'만선의 꿈'인 것이다.

 

 

 

<2007년 음력 정월 대보름 주요 풍어제/당산제 일정>


* 위도 띠뱃놀이(부안): 2월 20일(음 1.3일)

* 황도붕기풍어제(태안): 2월 19~20일(음 1.2~3일)

* 아산 외암리 장승제: 3월 3일(음 1. 14일)

* 청양 장승제(정산면 송학리, 대치면 농소리): 3월 3일(음 1.14일)

* 연평도 풍어제: 3월 4일 전후(음 1.15일 전후)

* 남해 선구 줄끗기놀이/화계배선대놀이: 3월 4일(음 1.15일)

* 남해안 별신굿(통영): 3월 4일 전후(음 1.15 전후)

* 보령 외연도풍어제(전횡장군제): 3월 4일(음 1.15일)

* 부안 우동리당산제(2년에 1회)/돌모산당산제: 3월 4일(음 1.15일)

* 제주 칠머리당굿: 3월 19~4월1일(음 2.1~14일)

_2월19일자 블로거가 만든 뉴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