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hki Kuramoto/ Romance
상처 - 장석주
함박눈 내리는 밤은
담요처럼 더욱 두터운 어둠.
차마 토해내지 못한 죄 몇 개가
뒤늦게 늑골 밑에서 괴로운 가시처럼 아프고,
온 천지엔 무책임하게 아름다운 폭설.
아스라한 길 끝에 눈길을 주고
모래내에서 신촌까지
명륜동에서 미아리까지
밤을 막막히 걸어본 적 있지,
누적된 생활의 피로가 무거운 어깨에
견장처럼 반짝이는 올해의 끝눈
널 만나지 못하고 지난 세월은 큰 슬픔이었다.
널 제철 잊고 잠시 피었다 진 꽃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고
휴식이 빛나는 곳에선
따뜻한 등의 빛을 가슴에 안는다
그래도 어제 불던 바람 한 올
오늘 허공에서 자취 찾는 심사
가슴에 쥐어박히는 후회의 한 자락 때문에
막막히 걸어본 적 있지
막막하다, 지워지지 않는 그 사람,
막막하다, 앙상한 갈비뼈가 드러난 그리움,
막막하다, 보상없는 이 삶의 쓰라린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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