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이 쓴 편지
부칠 데는 없지만 써야겠다고
오늘도 꽃그늘에 나왔습니다마는
한낮이 기울도록 한 자도 못쓰는데
심술처럼
얼굴가린 바람이 와 꽃가지를 흔들자
내 볼을 간질이며 간간이 진 꽃잎이
내 말대신 편지지에 자리를 잡을 때
내 옷에 촉촉히 스민 목련향.
내가 쓸 말 대신 향내만 촉촉한
이대로 접고 봉한 이 편지를 받으실
어디 먼 데 누구라도 계시면 좋겠습니다.
-홍우계 시인의 시<나 대신 꽃잎이 쓴 이 편지를>
봄향기 그득한 목련꽃 그늘에서
편지를 씁니다.
한낮이 기울도록
내 마음 같은.... 빈 편지지만 펼쳐놓는데
내 말 대신 향기로운 꽃잎이 쓰는
연분홍빛 사연들이
차곡 차곡 쌓입니다.
글없는, 말없는 그 무수한,
글과 말,
한 잎 한 잎,
꽃잎의 글씨, 꽃잎의 사연,
한 분만은 읽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내 옷에 촉촉히 스민 목련향기 같은,
내가 쓸 말 대신
그리움의 향기만 촉촉한
이대로 접고 봉한 이 편지,
받으실 어디 먼 데
한 분은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표 대신 봄빛 한 장 붙여
꽃잎이 쓴 편지
어디 먼 데 계신 분에게 띄웁니다.
이 편지를 읽으시는 분,
부디
기쁜 답장 주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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