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나무는/ 류 시화

조용한ㅁ 2008. 4. 6. 01:18

나무는 

                                               류시화

나무는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바람이 불지 않아도
그 가지와 뿌리는 은밀히 만나고
눈을 감지 않아도
그 머리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있다

나무는
서로의 앞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누가 와서 흔들지 않아도
그 그리움은 저의 잎을 흔들고
몸이 아프지 않아도
그 생각은 서로에게 향해 있다

나무는
저 혼자 서 있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세상의 모든 새들이 날아와 나무에 앉을 때
그 빛과
그 어둠으로
저 혼자 깊어지기 위해 나무는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아름다운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상 (肖像) / 조 병화  (0) 2008.04.08
붉은 동백/ 문 태준  (0) 2008.04.06
나 대신 꽃잎이 쓴 편지 / 홍 우계  (0) 2008.04.05
널 만나고 부터 /이 생진  (0) 2008.04.05
마흔을 넘는다는 것은.. /전동균  (0) 2008.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