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나 대신 꽃잎이 쓴 편지 / 홍 우계

조용한ㅁ 2008. 4. 5. 10:35

 





          꽃잎이 쓴 편지 부칠 데는 없지만 써야겠다고 오늘도 꽃그늘에 나왔습니다마는 한낮이 기울도록 한 자도 못쓰는데 심술처럼 얼굴가린 바람이 와 꽃가지를 흔들자 내 볼을 간질이며 간간이 진 꽃잎이 내 말대신 편지지에 자리를 잡을 때 내 옷에 촉촉히 스민 목련향. 내가 쓸 말 대신 향내만 촉촉한 이대로 접고 봉한 이 편지를 받으실 어디 먼 데 누구라도 계시면 좋겠습니다. -홍우계 시인의 시<나 대신 꽃잎이 쓴 이 편지를> 봄향기 그득한 목련꽃 그늘에서 편지를 씁니다. 한낮이 기울도록 내 마음 같은.... 빈 편지지만 펼쳐놓는데 내 말 대신 향기로운 꽃잎이 쓰는 연분홍빛 사연들이 차곡 차곡 쌓입니다. 글없는, 말없는 그 무수한, 글과 말, 한 잎 한 잎, 꽃잎의 글씨, 꽃잎의 사연, 한 분만은 읽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내 옷에 촉촉히 스민 목련향기 같은, 내가 쓸 말 대신 그리움의 향기만 촉촉한 이대로 접고 봉한 이 편지, 받으실 어디 먼 데 한 분은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표 대신 봄빛 한 장 붙여 꽃잎이 쓴 편지 어디 먼 데 계신 분에게 띄웁니다. 이 편지를 읽으시는 분, 부디 기쁜 답장 주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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