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봄에 쓰는 편지 /안희선

조용한ㅁ 2008. 6. 10. 09:52
봄에 쓰는 편지

안희선


세월에 채색되는 파아란 물감은
빛나는 모든 것 위에로 번지어
놀란 듯한 窓문 가에는
어느덧 봄이 걸렸습니다

부드러운 햇빛의 反射가
매끄러운 나무결을 따라 흐르고
기다리는 땅 위에선 야릇한 머릿털이
풀잎처럼 솟습니다

지난 겨울,
내 가슴 속 풍성하게 무르익은
새로운 침묵은
아마도 스스로의 사랑에 대한 증오인 듯 합니다

이제, 당신을 조금 다른 角度로 그려 보면서
세상이 봄인 동안에 졸렬했던 無言을
단순하고도 뜨거웁게 지우려 합니다

노오란 忍冬이 개나리 꽃을 피우 듯
하얗게 지워진 고독을 벚꽃으로 피우렵니다

그러다, 바람이 몹시 부는 날
눈부시게 떨어져
소박한 영혼들이 손잡고 거닐었던
오솔길에
고요한 입맞춤을 하려 합니다

나 이제, 모든 소리 잠재웠던
설명하기 어려운 겨울날의 슬픈 이유를
굽이치는 봄바람에 실어 그대에게 보내오니,

떠가는 하얀 구름 읽으시거든
부디
소식 주소서


'아름다운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도 나무처럼 최옥  (0) 2008.06.10
바람소리 그대 소리 박 용  (0) 2008.06.10
붉은 꽃 물 위에 띄우고 - 이병철  (0) 2008.06.09
나막신 (이병철  (0) 2008.06.09
쓸쓸한 날의 연가/ 고 정희  (0) 2008.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