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사랑이 없는 날 / 곽 재구

조용한ㅁ 2008. 7. 28. 10:35

   

 
      사랑이 없는 날 생각한다 봄과 겨울 사이에 무슨 계절의 숨소리가 스며 있는지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사이에 벌교 장터 수수팥떡과 산 채로 보리새우를 먹는 사람들 사이에 무슨 상어의 이빨이 박혀 있는지 생각한다 눈 오는 섬진강과 지리산 사이에 南과 北 사이에 은서네 피아노 가게와 종점 세탁소 사이에 홍매화와 목련꽃 사이에 너와 나 사이에 또 무슨 病은 없는지 생각한다 꽃이 진 뒤에도 나무를 흔드는 바람과 손님이 다 내린 뒤에도 저 홀로 가는 자정의 마을버스와 눈 쌓인 언덕길 홀로 빛나는 초승달 하나 또 무슨 病은 깊은지 詩/곽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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