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에 들인 자연
..굽이굽이 좁은 길을 따라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언덕 위에 지어진 하얀 집이 눈에 띈다. 자연주의 화가로 불리는 장태묵은 주로 잔잔한 수면 위로 투영된 고요한 자연 풍경을 캔버스에 담아낸다. 그것은 단순히 물에 비친 풍경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눈과 손을 빌려 완성된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계절의 변화는 물론 순간의 바람까지 옮겨온 듯한 느낌이 전해진다. 움직임 없이 고정된 사물을 캔버스에 옮기는 일은 화가에게 있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것이 자연을 곁에 두고, 자연을 담기 시작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의 거실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커다란 유리창 너머에는 유려한 선의 흐름을 지닌 산세와 겨울 하늘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주하고 있는 마을의 제일 높은 산마저도 품 안에 쏙 품을 만큼 근사한 풍경을 담아낸다.
여백의 풍경/acrylic
“사실 북향으로는 집을 잘 짓지 않아요. 햇빛이 충분이 들지 않아 어둡고 추우니까 남향으로 짓는 것이 보통이죠.” 그러나 그는 과감히 북향집을 선택했다.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 대신 집안 구석구석 채광을 끌어들일 방법을 모색했다. 우선 사방으로 열린 창문은 이 집에서 빛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집을 둘러싼 벽면보다 더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거실의 창문은 조금 과장을 보태 거대하다. 말 그대로 거실에는 사방이 창문이다. 천장에도 창문을 달아 벽에 투영되는 빛을 볼 수 있다. 또한 거실과 주방 사이엔 창문으로 둘러싼 중정을 만들어 자작나무를 심어 놓았다.
여백의 풍경/acrylic
2층 높이가 넘는 높다란 천장고 역시 집의 숨통을 틔어준다. 분명 안과 밖의 구분은 있지만 서로의 영역을 파괴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하나로 통한다. 겨울이면 더욱 사랑 받는 벽난로 역시 가스나 전기를 이용하지 않고 나무를 사용하는 것을 선택했다. 벽난로 옆에 쌓여 있는 장작은 운치 있는 전원생활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거실에는 여느 가정집에서 볼 수 있는 커다란 장식장이나 텔레비전, 오디오 등의 전자제품은 찾아보는 것조차 힘들다. “전자제품이나 가구 등으로 공간을 채우는 것이 싫었어요. 공간을 살리는 쪽을 선택했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하지만 필요한 물건들은 다 있습니다.”






여전히 겨울은 춥고 예술가들은 배고프다. ‘훌륭하고 유익한 예술,
그것을 위해서는 지금 치르고 있는 만큼의 희생을 바쳐도 좋다고 생각될 예술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말할 수 없다’고 톨스토이가 말했던가.
예술가는 늘 창작을 위해 고통의 순간을 살아간다. 한차례 폭설이 지나간 경기도 양평에서 만난 화가 장태묵.
그 또한 흔히 말하는 고통의 길을 걸어가는 중이다.
무조건적인 그림에 대한 사랑은 그에게 기쁨을 주기도 하고, 쓰디쓴 좌절감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불혹을 살짝 넘긴 화가에게 그림은 어머니의 품과 같은 존재다
‘자연’이 좋아 자연의 이치를 캔버스에 담고, 자연 속에서 살겠노라며 경기도 양평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커다란 창을 채운 산과 하늘은 그도 모르는 사이에 일상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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