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그림들/한국의화가 작품

[스크랩] 화가 장태묵이 사는 법과 그의 그림

조용한ㅁ 2008. 8. 22. 10:20



..여전히 겨울은 춥고 예술가들은 배고프다. ‘훌륭하고 유익한 예술, 그것을 위해서는 지금 치르고 있는 만큼의 희생을 바쳐도 좋다고 생각될 예술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말할 수 없다’고 톨스토이가 말했던가. 예술가는 늘 창작을 위해 고통의 순간을 살아간다. 한차례 폭설이 지나간 경기도 양평에서 만난 화가 장태묵. 그 또한 흔히 말하는 고통의 길을 걸어가는 중이다. 무조건적인 그림에 대한 사랑은 그에게 기쁨을 주기도 하고, 쓰디쓴 좌절감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불혹을 살짝 넘긴 화가에게 그림은 어머니의 품과 같은 존재다. ‘자연’이 좋아 자연의 이치를 캔버스에 담고, 자연 속에서 살겠노라며 경기도 양평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커다란 창을 채운 산과 하늘은 그도 모르는 사이에 일상이 되어버렸다.

 


 

..굽이굽이 좁은 길을 따라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언덕 위에 지어진 하얀 집이 눈에 띈다. 자연주의 화가로 불리는 장태묵은 주로 잔잔한 수면 위로 투영된 고요한 자연 풍경을 캔버스에 담아낸다. 그것은 단순히 물에 비친 풍경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눈과 손을 빌려 완성된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계절의 변화는 물론 순간의 바람까지 옮겨온 듯한 느낌이 전해진다. 움직임 없이 고정된 사물을 캔버스에 옮기는 일은 화가에게 있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것이 자연을 곁에 두고, 자연을 담기 시작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의 거실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커다란 유리창 너머에는 유려한 선의 흐름을 지닌 산세와 겨울 하늘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주하고 있는 마을의 제일 높은 산마저도 품 안에 쏙 품을 만큼 근사한 풍경을 담아낸다.

 



여백의 풍경/acrylic

 

“사실 북향으로는 집을 잘 짓지 않아요. 햇빛이 충분이 들지 않아 어둡고 추우니까 남향으로 짓는 것이 보통이죠.” 그러나 그는 과감히 북향집을 선택했다.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 대신 집안 구석구석 채광을 끌어들일 방법을 모색했다. 우선 사방으로 열린 창문은 이 집에서 빛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집을 둘러싼 벽면보다 더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거실의 창문은 조금 과장을 보태 거대하다. 말 그대로 거실에는 사방이 창문이다. 천장에도 창문을 달아 벽에 투영되는 빛을 볼 수 있다. 또한 거실과 주방 사이엔 창문으로 둘러싼 중정을 만들어 자작나무를 심어 놓았다.

 



여백의 풍경/acrylic

 

2층 높이가 넘는 높다란 천장고 역시 집의 숨통을 틔어준다. 분명 안과 밖의 구분은 있지만 서로의 영역을 파괴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하나로 통한다. 겨울이면 더욱 사랑 받는 벽난로 역시 가스나 전기를 이용하지 않고 나무를 사용하는 것을 선택했다. 벽난로 옆에 쌓여 있는 장작은 운치 있는 전원생활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거실에는 여느 가정집에서 볼 수 있는 커다란 장식장이나 텔레비전, 오디오 등의 전자제품은 찾아보는 것조차 힘들다. “전자제품이나 가구 등으로 공간을 채우는 것이 싫었어요. 공간을 살리는 쪽을 선택했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하지만 필요한 물건들은 다 있습니다.”



 

..“최근 3개월 동안 작업실에 못 들어가고 있어요. 보통의 직장인들보다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직업이기에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중요합니다. 여태껏 지금처럼 힘든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잔잔한 수면 위에 비친 자연을 담아내는 장태묵. 언제나 희생하고 베푸는 자연을 닮은 그의 후덕함 때문에라도 고통이라는 것은 그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눈 앞에 펼쳐진 자연이 선사한 산과 하늘이 어우러진 풍경을 그가 놓칠 리가 없다. 작업실은 사람들의 방해 없이 자유로이 일할 수 있도록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여백의 풍경/acrylic

 

커다란 문을 열자 손때 묻은 낡은 소파와 전시회에 걸렸던 작품들과 물감, 붓 그리고 좋아하는 책들이 작업실 한가득이다. 모두 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이다. 장태묵의 작품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모두 공존한다. 그중에서도 겨울의 풍경들이 가장 많은 편이다. “눈이 오면 안동으로 떠나요. 안동 봉화에 있는 청량산은 사계절이 모두 아름답지만 겨울이 으뜸이죠. 청량산 12봉우리에 눈이 쌓이면 환상적인 분위기까지 느낄 수 있거든요. 사실 청량산을 몰랐을 때는 맑은 날만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청량산을 찾은 후 비오는 날도 한바탕 눈이 쏟아질 것 같은 흐린 날도 이젠 모두 화폭에 담아냅니다.” 화가에게 있어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첫 번째 과제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림에 생명을 불어 넣는 일이다.

 



여백의 풍경/acrylic

 

그에게는 산이 바로 그것이다. 화가가 화폭에 담은 순간의 풍경을 보는 이 또한 느낄 수 있어야 할 터이니 말이다. 자연의 형상이 그의 작품 속에 반영되듯, 대상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작가의 투시력은 물과 산에 투영되어 자연과 하나가 된다. 그의 캔버스는 자신의 영혼과 자연을 잇는 중요한 매개체로, 관조된 색과 빛의 반사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채워나가고 있다. 집 앞에 있는 공터에서 키운 콩이며 고구마, 참깨를 먹고 직접 일구고 거둔 배추로 겨울 내 먹을 수 있는 양의 김치를 담그는 부지런한 아내. 한 번쯤은 도시의 놀거리와 햄버거, 피자에 투정을 부렸을 법한데도 불평 한 번 하지 않는 아이들. 이제 가족은 가장 훌륭한 피사체이자 그의 그림과 생각을 이해해주는 중요한 사람들이다. 화가 장태묵의 안과 밖은 늘 사람 냄새로 가득하다. 마음의 빗장을 걸어두고 작업에만 열중하는 예술가에 대한 선입견은 이제 그로 인해 사라졌다. 그의 마음과 작품이 그랬던 것처럼, 공간 역시 풍요롭다.?

 



여백의 풍경/acrylic

 



여백의 풍경/acrylic

 





 

 

 

 

 



 

■ 장태묵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 졸업          

-개인전18회

-주요전시

아틀란타 조지아 아트엑스포-미국 | 가고픈경기비경-경기도박물관 | 뉴욕아트엑스포-ART BANK (미국 제이빅센타) | KCAF 서울 현대 미술제 (예술의 전당) | 멜버른 국제 아트 페어 -박영덕화랑 (호주) | MANIF 서울 국제 아트 페어 (예술의 전당) | Best star & Best Artist (인사아트센터) | 제비울 미술관 개관전 (제비울 미술관) | 서울에서 한양까지 40일간의 여행전 (갤러리 상)

-수상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3회

 

 


출처 : Tong - justinKIM님의 | 미수리 수리수리통

출처 : 오드리 헵번처럼 때론 마릴린 먼로처럼
글쓴이 : 이브 원글보기
메모 :

'좋은그림들 > 한국의화가 작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자승님의 풍경화  (0) 2008.09.03
"Tae Park  (0) 2008.08.23
장 태묵  (0) 2008.08.22
김길자  (0) 2008.08.20
보라색 누드 / 김승완  (0) 2008.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