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추 억 - 조병화 외.....

조용한ㅁ 2008. 9. 23. 10:13

 

 
 
 
 
 

 

 

 

추 억  -  조병화



잊어버리자고

잊어버리자고
바다기슭을 걸어보던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여름가고 가을가고
조개줍는 해녀의 무리
사라진 겨울 이 바다에
아아~

이 바다에
잊어버리자고 잊어버리자고
바다기슭을 걸어보던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잊어버리자고

잊어버리자고
앞산 기슭을 걸어보던 날이
나흘

닷새

엿새
여름가고 가을가고
나물캐는 처녀의 무리
사라진 겨울 이 산에
아아~

이 산에
잊어버리자고 잊어버리자고
앞산 기슭을 걸어보던 날이
나흘

닷새

엿새

 

 

 

 

 

먼 후일  -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어떤날  -  도종환


어떤 날은 아무 걱정도 없이

풍경소리를 듣고 있었으면

바람이 그칠 때까지

듣고 있었으면..



어떤 날은 집착을 버리듯 근심도 버리고

홀로 있었으면

바람이 나뭇잎을 다 만나고 올 때까지

홀로 있었으면..



바람이 소쩍새 소리를

천천히 가지고 되오는 동안 밤도 오고

별 하나 손에 닿는 대로 따다가

옷섶으로 닦고 또 닦고 있었으면..



어떤 날은 나뭇잎처럼 즈믄 번뇌의

나무에서 떠나

억겁의 강물 위를

소리 없이 누워 흘러 갔으면

무념무상 흘러 갔으면..

 

 

 

 

 

 

 


Tol_Tol-Pav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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