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배를 매며/ 장 석남

조용한ㅁ 2008. 10. 23. 21:35

 

 

 

아무 소리도 없이 말도 없이

등뒤로 털썩

밧줄이 날아와 나는

뛰어가 밧줄을 잡아다 배를 맨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배는 멀리서 부터 닿는다

사랑은,

호젓한 부둣가에 우연히,

별 그럴 일도 없으면서 넋놓고 앉았다가

배가 들어와

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것

그래서 어찌할 수 없이

배를 매게 되는 것

잔잔한 바닷물 위에

구름과 빛과 시간과 함께

떠 있는 배

배를 매면 구름과 빛과 시간이 함께

매어진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사랑이란 그런 것을 처음 아는 것

빛 가운데 배는 울렁이며

온종일을 떠 있다

< 배를 매며, 장 석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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