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병화님의 시.....
추 억
잊어버리자고
잊어버리자고 바다기슭을 걸어보던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여름가고 가을가고 조개줍는 해녀의 무리 사라진 겨울 이 바다에 아아~
이 바다에 잊어버리자고 잊어버리자고 바다기슭을 걸어보던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잊어버리자고
잊어버리자고 앞산 기슭을 걸어보던 날이 나흘
닷새
엿새 여름가고 가을가고 나물캐는 처녀의 무리 사라진 겨울 이 산에 아아~
이 산에 잊어버리자고 잊어버리자고 앞산 기슭을 걸어보던 날이 나흘
닷새
엿새
초 상
내가 맨 처음 그대를 보았을 땐 세상엔 아름다운 사람도 살구 있구나 생각하였지요
두 번째 그대를 보았을 땐 사랑하고 싶어졌지요.
번화한 거리에서 다시 내가 그대를 보았을 땐 남 모르게 호사로운 고독을 느꼈지요
그리하여 마지막 내가 그대를 보았을 땐 아주 잊어버리자고 슬퍼하며 미친 듯이 바다 기슭을 달음질쳐 갔습니다
회 상 - 조병화
꽃 속에서 바스라지는 웃음 소리에 볼근 가슴을 비벼대던 아 젊은 날은 나와는 제일 먼 곳에서 사연 많은 긴긴 편지만 보내고 있어 편지 안에 흐트러진 긴 이야기엔 이렇다 할 아까운 사람이 있어서가 아니건만 먼먼 호수가를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 낙엽을 말아 낙엽을 피워 보얀 연기 속에 누워야 한다
슬픔이 오고 가는 모퉁이에선 작별을 하여야 했다 긴 세월 속에 어린 나를 보내야 했다
아름다운 나의 목숨을 바칠 그러한 사람이 없어도 긴 세월 속에 나는 나를 묻어야 한다 오늘도 꽃 속에서 바스라지는 웃음 소리가 들려 볼근 가슴을 피어올리던 저 하늘가 가까이 또 하나 오지 못할 사연의 긴 편지가 떨어져 온다
詩......조 병화
音......백 남옥
사진....조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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