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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조 병화

조용한ㅁ 2008. 11. 17. 10:50

 

 

 

 조 병화님의 시.....

 

 

 


 

추 억 


잊어버리자고

잊어버리자고
바다기슭을 걸어보던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여름가고 가을가고
조개줍는 해녀의 무리
사라진 겨울 이 바다에
아아~

이 바다에
잊어버리자고 잊어버리자고
바다기슭을 걸어보던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잊어버리자고

잊어버리자고
앞산 기슭을 걸어보던 날이
나흘

닷새

엿새
여름가고 가을가고
나물캐는 처녀의 무리
사라진 겨울 이 산에
아아~

이 산에
잊어버리자고 잊어버리자고
앞산 기슭을 걸어보던 날이
나흘

닷새

엿새

 

 

 

 

초 상

 

내가 맨 처음 그대를 보았을 땐
세상엔 아름다운 사람도 살구 있구나 생각하였지요

두 번째 그대를 보았을 땐
사랑하고 싶어졌지요.

번화한 거리에서 다시 내가 그대를 보았을 땐
남 모르게 호사로운 고독을 느꼈지요

그리하여 마지막 내가 그대를 보았을 땐
아주 잊어버리자고 슬퍼하며
미친 듯이 바다 기슭을 달음질쳐 갔습니다


 

 


 
회 상 - 조병화


꽃 속에서 바스라지는 웃음 소리에
볼근 가슴을 비벼대던 아 젊은 날은
나와는 제일 먼 곳에서
사연 많은 긴긴 편지만 보내고 있어
편지 안에 흐트러진 긴 이야기엔
이렇다 할 아까운 사람이 있어서가 아니건만
먼먼 호수가를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
낙엽을 말아 낙엽을 피워
보얀 연기 속에 누워야 한다

슬픔이 오고 가는 모퉁이에선
작별을 하여야 했다
긴 세월 속에 어린 나를 보내야 했다

아름다운 나의 목숨을 바칠 그러한 사람이 없어도
긴 세월 속에 나는 나를 묻어야 한다
오늘도 꽃 속에서 바스라지는 웃음 소리가 들려
볼근 가슴을 피어올리던
저 하늘가 가까이 또 하나
오지 못할 사연의 긴 편지가 떨어져 온다 

 

 

                              

                                                                                   詩......조 병화

音......백 남옥

사진....조용한

 


추억: 백남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