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너를 위한 노래/ 신 달자

조용한ㅁ 2008. 11. 19. 15:00


      너를 위한 노래 4 
      바람 부는 겨울
      새벽 역두에 나가고 싶다.
      쫓겨난 여자처럼 머리카락을 날리며
      긴 코트의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
      느린 걸음으로
      역두를 서성이고 싶다.
      그대여 그런 날 새벽에
      우연히 널 만날 수는 없을까
      나는 수없이 뒤를 돌아보며 약속 없는
      너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내가 탈 기차를 보내고
      그 다음의 기차를 보내며
      시린 가슴으로 떨고 있을 때
      두 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너를 만날 수는 없을까
      새벽 역두에 나가고 싶다.
      찬비 뿌리는 새벽
      우산을 받쳐들고 역두를 서성이면
      멀리 보이는 불빛들의 젖은
      그림자 일렁이는 무늬 속으로
      너는 보이고 그리고 없고
      그러나 나 결코 떠나지 않으며
      너를 기다리며
      바람과 함께 흔들리며
      비와 함께 떨어지며
      너를 기다리며 그렇게
      참으로 어리석은 낭만을 믿으며 나는
      겨울 역두에 서 있고 싶다.
      늦은 밤 자정인들 어떠랴
      축축이 젖은 채로
      널 우연히 만날 수만 있다면.
      [ 시 : 신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