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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그림들/한국의화가 작품

배동신

배동신, 꼬라지는 거지 같아도 작품은 엄지손가락"
거홍갤러리, '한국 수채화의 거장 배동신 특별기획전' 열어
 
   
무등산 / 종이위에 수채 / 78.5 X 54.5cm
ⓒ 배동신
배동신

 

"작가는 그림을 잘 그린다는 생각보다 좋은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마음먹어야 한다. 좋은 그림이란 기법이나 잔재주만 부리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닦고 거기서 우러나오는 감정, 외부에서 오는 정서적 충동에서 그린 그림이어야 한다. 조형을 통해 사물의 본질, 회화의 본질에 도달하려는 그림이 좋은 그림이다."

 

이는 '동양과 서양의 조화'를 추구하며 평생 수채화만을 고집해온 화가 '배동신(裵東信, 1920~)'의 회화정신이다. 배동신은 수채화가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던 지난 현실을 묵묵히 이겨내고 수채화의 터전을 일구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말한 회화정신을 그대로 실천하며 한국 근현대화단에서 '수채화 1인자'로 자리매김을 한 것이다.

 

올해 89세인 배동신은 하지만 병상에 누워 거동조차 못하며 세월의 흐름에 스러져갈 처지에 놓였다. 그런 배동신의 작품들을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거홍갤러리(관장 황미애)'가 개관기념으로 오는 17일까지 여는 '한국 수채화의 거장 배동신 특별기획전'을 통해서다.

 

   
누드 / 종이위에 수채 / 39.5 X 27.4 cm
ⓒ 배동신
배동신

 

이번 기획전은 '거장 배동신'을 만난다는 것 외에도 여러 면에서 눈길을 끈다. 갤러리를 접하는 것조차 낯선 경기도 구리시에서 갤러리를 개관해 기획전을 개최하는 황미애 관장의 열정도 그렇고, 돈이 될 리 없는 갤러리를 위해 장소를 흔쾌히 지원한 조영열 산부인과 원장의 지역사랑도 그렇고, 지난 30여 년간 발품을 팔며 힘겹게 수집한 작품들을 선뜻 내어준 최효삼 '고예가' 대표의 결단도 특별하다.

 

권위와 금전과 소유욕을 버린 화가 배동신

 

황미애 관장은 특별기획전 작품집의 인사말을 통해 '구리시와 배동신의 만남'을 이렇게 설명했다.

 

"아무리 외로워도 누군가가 앞장서야 할 일이 있습니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함께 해야 할 일이 있는데 그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야 세상이 조금씩 바뀔 수 있다고 봅니다. 구리시 변화의 시작은 '한국 수채화의 거장 배동신 특별기획전'으로 문을 두드리게 될 것입니다."

 

지난 1973년 목포의 '해목화랑'에서 '삼학도'라는 그림을 처음 구입하며 배동신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최효삼 대표는 기획전에서 "당시 배동신 선생의 꼬라지는 거지 같았어도, 작품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게 만들었다"고 작가소개를 해 관람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삼학도 / 종이위에 수채 / 39 X 27cm
ⓒ 배동신
배동신

 

한편 최 대표는 특별기획전 작품집에서 "작품이 외로울 때 이를 수집하는 사람의 외로움이야 물어 무엇 하겠는가"라며 시류와 동떨어진, '권위와 금전과 소유욕을 버린' 화가와 수집가의 고뇌를 이렇게 드러냈다.

 

"언제나 가까우면서도 저만치 떨어져있는 것들을 사람들에게 풋풋하게 다가서게 하는 배동신 화백의 수채화 정신은 얼마나 넓은 우주를 헤맸을까요. 애당초 시류와는 동떨어진 삶. 아무리 예술정신이 드높다 해도 그는 외로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차라리 고생이었을지도 모른다.

 

작품이 외로울 때 이를 수집하는 사람의 외로움이야 물어 무엇 하겠는가. 하지만 배동신 화백은 나에게 그 외로움을 물리치는 마력으로 다가왔다. 그가 머무는 방은 외로움이 가신다. 벽에 걸린 그의 작품은 언제나 따스하고 친근한 말을 건넨다. 나는 소곤소곤 대화도 할 수 있었다. 외로움을 함께 걷는 길벗이었다."

 

   
정물 / 종이위에 수채 / 37 X 28cm
ⓒ 배동신
배동신

 

김옥조 겸임교수(호남대 예술대·미술평론)는 특별기획전 작품집에서 "배동신은 가장 쉬울 것 같은 재료와 표현방식으로 가장 깊이 흐르는 우리정신을 추구한 예술가"라며, 배동신이 평소 수채화 작업에 대해 한 말이라며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전했다.

 

"만일 유화가 육식에 비유될 수 있다면 수채화는 채식이라 할 수 있다. 유화가 동적이며 극적인 감동을 연출한다면 수채화는 상큼하고 은은한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이런 의미에서 수채화의 경도는 서양화법의 동양적 미학의 추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경기도 구리시에 '거홍갤러리'를 연 황미애 관장. 그는 "배동신 특별기획전을 시작으로 구리의 문화활동이 풍성해졌으면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 최육상
거홍갤러리

 

이번 특별기획전은 배동신의 작품 감상과 함께 지역문화를 활성화한다는 의미로 다양한 행사가 아기자기하게 이어지고 있다. 작은 음악회가 대표적이다. 문화를 접하기 힘든 소도시에서 열리는 '열린 기획전'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독창적 수채화 세계를 확립한 '배동신'

 

   
누드뎃생 / 종이위에 연필 / 64 X 45cm
ⓒ 배동신
배동신

유년시절 제도교육을 받지 못한 배동신은 가출을 했다. 이 때 금강산에서 박수근을 만나 그림의 기초를 익혔다. 이어 평양에서 장이석을 만나 그림공부의 도움을 받았다. 또 문학수로부터 일본유학을 권유받고 화가로서 인생길을 걷게 된다. 한국근대화단의 기라성 같은 화우들과의 조우가 그의 화업 밑천이 되었다.

 

배동신은 1920년 광주광역시 광산구 송정동에서 출생했다. 아버지는 한약방을 운영해 비교적 부유한 집안에서 성장했다. 그는 17세에 그림 공부를 위해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1939년 가와바다화학교(川端畵學校)에 입학한다. 1년 동안 데생 등 그림의 기본기를 배웠다. 이 시절 동경에서 문학수, 이중섭 등과 교우하며 화가로서의 열정을 불태운다. 1943년 신인미술가의 등용문인 자유미술창작작가협회 '전람회에 초상'을 출품해 입선을 차지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배동신의 작품세계는 '독창적 수채화 세계 확립'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대체로 그의 작품은 두 가지 면에서 특징을 지닌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는 그림의 대상을 수직으로 정착시키는 힘이 있고 이를 평면화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화면에 물감을 두텁게 칠하여 심층을 만드는 것이다. 이 두 가지 특성으로 하여 배동신이 그리는 인물이나 대상은 대단히 환상적인 존재로 표현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 자료출처 : 특별기획전 작품집, 김옥조(미술평론·호남대 예술대 겸임교수) 평론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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