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그곳에 가면 우심 안국훈

조용한ㅁ 2008. 12. 15. 11:54

   그곳에 가면 *

                                    우심 안국훈
숲속의 바람은 어디로 갈까 
푸른 것이 더 푸른 날
사방은 산으로 둘러싸여 
길도 외길 물줄기도 외길이다  
물은 미호천으로 금강으로 이어진다 
새소리는 시간의 은유다 
매화는 고결한 말씀이 되고 
오동나무는 성스러운 징조인가 
새가 허공을 열고  날아간 자리에 
꽃이 핀다 들꽃이 피어난다 
길은 마을에 닿는다 
지나간 슬픔이 냇물이라면 
지금쯤 그리움 되어 바다에 닿았으리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두 발을 떼는 순간 
두 눈 감아도 풍경은 고즈넉하다 
구름 따라 발걸음 한다
창공 높이 나는 솔개 보이고
개구리 울음소리 들리는 
내 고향 진천에 가면 
어느새 달빛 고요 가득하다 
뜨거운 눈물 흘리며 
초여름 밤 가부좌 틀고 앉았던
눈코 문드러진 마애불도 자리를 비웠다 
오래 전에 돌탑도 절도 사라졌지만 
그곳에는 질긴 끈과 단단한 울타리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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