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내 마음의 고삐 / 정 채봉

조용한ㅁ 2008. 12. 17. 02:12


내 마음의 고삐 / 정 채봉


내 마음은
나한테 없을 때가 많다.
거기 가면 안 된다고 타이르는데도 
어느새 거기 가 있곤 한다.
거기는 때로 고향이기도 하고,
쇼무대이기도 하고, 열차 속이기도 하고,
침대 위이기도 하다.
한때는 눈이 큰 가수한테로
달아나는 내 마음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아침이슬에 반해서
챙겨오기가 힘들었던 때도 있었다.
저녁노을
겨울바다로 도망한 마음을
수습하는 데도 애를 먹었다.
이제 내 마음은
완전히 너한테로 가 있다.
네 눈이 머무는 곳마다에
내 마음 또한 뒤지지 않는다.
너는 내 마음의 고삐인 것이다.
네가 자갈길을 걸으면
내 마음도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질 때가 많을 것이다.
네가 가시밭에 머물면
내 마음도 가시밭에서
방황할 것이다.
너는 나를 위해서도
푸른 초원 사이로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거기에 있어야 한다.
너는
내 마음의 고삐이다.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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