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문상(問喪)

조용한ㅁ 2009. 1. 5. 11:53

문상(問喪)

청대 무르익는 초가 한 채
살빛 고운 박꽃 달빛에 홀려
수줍던 가르마 곱던 꽃 각시
외 팔 무지렁이 내게 시집와
일곱 달 난산 끝에 훌쩍 떠나보내고
캄캄한 핏댕이 강보에 싸안고 보니
세상에 하나뿐인 내 새끼 배내똥도 묽더라
얼래고 달래도 도무지 그칠 줄 모르고
발갛게 까무러치던 울음에
뜨물 같은 눈물만 왈칵왈칵 삼키다가도
왼 갓 뭇 짐승 더운 콧김 덜미를 잡고
이참에 네놈 멱이라도 못 딸쏘냐
외 팔 하나로도 거뜬히 억센 힘줄을 끊고
한 솥 알뜰이 고아 먹여
일자무식 일족 없는 설움에도
여봐란 듯 외 팔을 휘저었다만
까르르 눈 밑 맑던 어린 내 새끼
파르라니 머리 깎고
말조차 잊은 채 출가를 하고
산문 밖 돌아볼 생각조차 없더라

살아생전
내 무슨 장대한 뜻이 있었겠고
내 무슨 비장한 각오가 있었겠냐만
목숨을 줘도 아깝지 않을 내 유일한 소신공양
죽어서도 다하지 않을 내리사랑이
나 보기에 그럴 듯도 한데만은
문상 올 조객도 없고
예를 갖출 상주도 없이
향촉 저 홀로 몸 사르는 적막한 빈소에
먼저 간 아내만 홀홀 앉아
아이고 아이고
구성진 가락 목을 꺾는데
젖 배 골은 내 새끼
풀만 먹고 우예 살꼬
죽어서도 초연할 수 없는 영정 안의 영가가 엉금엉금 기어나와
지극정성 몸 뉘여 귓밥 파주던 아내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삼일 밤 낮 목놓아 운다

권커니
서녘 노을 단청 빛 술을 칠 때
속세의 정에 겨운 젊은 이마 탁발로 걸어온다
다 부려놓고 가시라
업장 묶인 염을 풀고 활강하시라
눈물 없이 우는 울음 꼭꼭 밟고선 어느 탁발승
이승에서의 마지막 적멸을 밝히는 조등 아래
씨알 굵은 염주 알을 굴리며 섰다.


-카암-

        보아도 보아도 물리지 않는 저 박색의 화색 내.사.랑.


        211.249.181.12

        카암: 
        우는 내가 있으면 웃는 나도 있고 
        설운 내가 있으면 겨운 나도있고 
        천진한 내가 있으면 요염한 나도 있고 
        일찍 늙는 내가 있으면 더디 자라는 나도 있고
        연령제한 성별 구분없이 이들 모두 참담하나 
        아름다운 자화상들입니다. 
        저마다 다른 제스춰로 포즈를 취합니다만
        저마다 일관된 의지로 스스로를 사랑하다보니 
        어떤 장애도 자잘한 불화도 없습니다. 
        우는 내가 울고있으면 어느새 웃는 내가 다가가  
        울음을 그치게 하곤 하는데 
        어떻게 이들을 못 본척 못 들은 척 외면할수 잇겠나요.
        아프면 아프다 신음하고 슬프면 슬프다 눈물짓고 
        오열하고 비명을 지르고 깔깔 웃고 
        정숙한 아내이며 동시에 타락한 계집으로
        이들의 눈을 빌리고 이들의 혀를 빌려...
        블루님.제가요.이렇게 손가락 하나만으로도 잘 놀거든요.
        깜빡 자지러집니다.
        그라고 사하라님. 우째 울산 큰 애기는 품어나 보셧는지.^^
          

        사하라님홈에서 카암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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