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우다
채 풍묵
찻물처럼 우련히 떠 있다
나를 지우겠다는 문자 메시지
우려내 우려내 삼키는 동안
산방 바깥 화야산 골짜기에선
긴 밤을 빠져나온 바람소리가
쏴 쏴 가슴속 물줄기 따라
산을 내려가고 있었다
멀리 팔을 뻗은 산능선이
철 이른 봄을 살포시 안고
메마른 물소리로 숨을 고르며
잿빛 천을 벗고 있을 때였다
옷을 갈아입는 것이라고 했다
세상에서 지워진다는 것은
-시집 <멧돼지>(천년의시작)에서
채풍묵
♬ 겨울 아침 - 성의신 ♬
'아름다운글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곽 재구 (0) | 2009.03.17 |
---|---|
별/ 이 병률 (0) | 2009.03.14 |
<내리는 눈발 속에서는> -서 정주- (0) | 2009.03.14 |
사랑했다는 사실/이생진 (0) | 2009.03.13 |
천년묵/안희선 (0) | 2009.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