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오월의 편지

조용한ㅁ 2009. 5. 2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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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편지 - 오인태 

 
그냥 이대로 있겠습니다.
그냥 그대로 있으셔도 괜찮습니다.

지금은 어느 곳이든
우리들 가슴 마구 흔들던
꽃은 남아 있지 않고
낯선 잎들만 막무가내로 우거져
그대에게 가는 길조차 막연합니다.
그대의 가슴도 그러하겠지요.

그러기를 참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새 꽃들은 혼자 피었다 지고
꽃 진 자리엔 풀들이 돋기도 하면서
스스로 키운 나무들이 숲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숲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하늘을 보며
그대가 참 많이 그립기도 했습니다.

이제 그대에게 가는 길은
숲들에 가려 향방조차 알 수 없고
그대 또한 그대가 만든 숲 속에서
내게 오는 길이 보이지 않을 듯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이렇게
모든 길이 가려 보이지 않을 때일수록
가슴에 풀물 같은 그리움 뚝뚝 젖더라도

그냥 이대로 있겠습니다.
그냥 그대로 있으셔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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