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사(雲住寺) 가을비
르 끌레지오
흩날리는 부드러운 가을비 속에
꿈꾸는 눈 하늘을 관조하는 와불
구전에 따르면, 애초에 세 분이었으나 한 분 시위불이
홀연 절벽 쪽으로 일어나 가셨다
아직도 등을 땅에 대고 누운 두 분 부처는
일어날 날을 기다리신다
그날 새로운 세상이 도래할 거란다
서울거리에
젊은이들, 아가씨들
시간을 다투고 초를 다툰다.
무언가를 사고팔고, 만들고, 창조하고, 찾는다
운주사의 가을 단풍 속에
구름 도량을 바치고 계시는
두 분 부처님을 아뜩 잊은 채
고요하고 정겨운 인사동의 아침
광주 예술인의 거리
청소부들은 거리의 널린 판지들을 거두고
아직도 문이 열린 카페에는 두 연인이 손을 놓지 못한다
살며, 행동하며
맛보고 방관하고 오감을 빠져들게 한다
번데기 익는 냄새
김치 우동 미역국 고사리나물 얼얼한 해파리냉채
심연에서 솟아난 이 땅엔
에테르 맛이 난다.
바라고 꿈을 꾸고 살며
글을 쓴다
기다리고 웃고 희망을 가지고
사랑하고 사랑하다
서울의 고궁에
신들처럼 포동포동한
아이들의 눈매는 붓끝으로 찍은 듯하다
기다리고 나이를 먹고 비가 온다
운주사에 내리는 가랑비는
가을의 단풍잎으로 구르고
길게 바다로 흘러
시원의 원천으로 돌아간다.
두 와불의 얼굴은 이 비로 씻겨
눈은 하늘을 응시한다
한 세기가 지나는 것은 구름 하나가 지나는 것
부처님들은 또 다른 시간과 공간을 꿈꾼다
눈을 뜨고 잠을 청한다
세상이 벌써 전율한다.
♬ 배경 음악은...시오(Shio)의 'one Fine Morning'입니다.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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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프랑스어: Jean-Marie Gustave Le Clézio 또는 J.M.G. Le Clézio, 1940년 4월 13일 ~ )는 프랑스의 소설가이다.
그는 30여권의 작품을 썼으며, 1963년 르노도상과 200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국적으로는 2000년 가오싱젠 이후, 언어로는 1985년 클로드 시몽 이후 첫 번째 프랑스 국적과 프랑스어 작가로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스웨덴 학술원은 노벨 문학상의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르 클레지오는 새로운 시작과 시적인 모험 및 감각적인 황홀경을 표현하는 작가로 지배하는 문명 안팎을 넘어 인류애를 탐험하였다"라고 평했다.
[편집] 인물
1940년 니스의 프랑스 리비에라에서 영국계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그의 선조는 18세기 브르타뉴에서 일 드 프랑스 (현재 모리셔스)로 이주하였다. 제 2차 세계 대전 중, 르 클레지오와 어머니는 니스에, 그의 아버지는 영국군 외과의사로 나이지리아에 떨어져 있었다. 그는 1958년부터 1959년까지 영국의 브리스톨 대학교에서 공부하였으며, 그는 니스의 문학전문학교 (Institut d’etudes Litteraires)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다. 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이주하여 교사로 일하였다. 1964년에는 액상프로방스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1983년 페르피냥 대학교에서 멕시코 초기 역사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열렬한 여행가로 알려져 있는 그는 7살 무렵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프랑스 문학을 전공한 뒤 23살에 쓴 첫 번째 소설인 《조서(Le Procès-Verbal)》는 공쿠르 상에 후보로 올랐으며, 이 작품으로 1963년에 르노도 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전 세계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 대한민국도 자주 방문하였으며, 2007년부터 2008년까지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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