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나도 바람이고 싶다/여행2

제주로 떠난 가족여행

조용한ㅁ 2010. 2. 10. 02:36

아이들은 부모에게 무엇일까?

때때로 가슴 조리게 하고, 때로는 슬픔의 골짜기를 헤매이게하는 존재.

그러면서도 여름 장마중의 햇살처럼 반짝 기쁨을 선사하기도 하는 존재.  부모에게는 사는 이유의 전부이기도 한,

결코 떼어낼 수 없는 이들이 자식이라는 존재가 아닐런지.

 

자존심과  허영심만으로 뭉쳐진 한 오만한 여자가 있었다.

최상급이 아니면 차선의 것 조차 용납하지 않으려던 독선이 하나 둘 허물어지고 해체되어가던  중년의 어느날

그녀는 고등학교 졸업반 아들의 담임으로부터 호출을 받았고,

대학진학 상담을 마친 후 학교 교문을 채 나오지도 못하고 벤치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아들은

서울에서 가장 먼곳에 있다는 D대 분교조차 불합격하고도

"엄마는 내 덕에 경주 관광도 했잖아~"라는 어리광 섞인 한마디로 그녀를 질식시켰다.

 

이제, 그 아들이 그 때 그녀의 나이 가까이에 와 있다.

결혼조차 늦어서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큰애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늦깍기 아빠인

그가

부모인 그녀 부부를 제주여행에 초대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남의 건물 한 귀퉁이에 자기회사라고 하나 차리더니

세상에 오직 당신 손자하나 밖에 없는양 품에안고 며느리에겐 눈한번 못흘기게 닥달하며 

 손에서 묵주가 떠날겨를 없이 오직 그 손자만을 위해 기도하다가 돌아가신 시어머니, 그 할머니의

 기도가 이제야 응답을 받음일까?

총명하고 건강한 여자와 결혼하여 두 아이의 아빠가 되고

회사는 순조롭게 성장하여 제법 으젓한 가장이 되었음은.......

 

- 여기 햇살  한 웅큼만한 행복으로 허허롭던 가슴을 후듯하게 데운 그 여자의 일기가 있다.-

 

주말만 되면 "기쁨조"란  노란 명찰을 달고 들이닥쳐 집안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손자, 손녀.

이날도 어김없이 공항 대기실을 뛰어다니며 충분히 혼을 빼어놓는다.

 

 

 이윽고 비행기가 하늘로 날아오랐지만, 나는 아직도 어수선한 마음이 채 가시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항공사에서 준비한 가발을 씌워놓고 리본에 풍선에 나름대로 꾸미고나서 찰칵!!

난생처음 받아보는 대접이 싫을리 없는 할매는 시종일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제주공항에서, 렌트한 차을  받자마자 찾아간곳은...... 그러면 그렇지,  아이들을 위한 시설, 이름이 뭐였더라....

 

동화속에 나오는 공주랑, 궁전이랑, 요술거울. 그리고 아이들의 두뇌발달을 돕는다는  놀이기구가 있는......거울궁전이라했나?

 

날이 저물어서야  전망좋은 집"이라는 팬션이 있는 애월에  도착 .

식당에서 나온 차를 타고나와 참돔회를 곁드린 저녁상이 차려지는 동안 식당 앞 바다로 나왔다.

 

 

 

 

-둘째날-

 

제주도의 동백

 

여수나 서해안의 동백과는 다르게 해발딱 벌어지고, 색깔도 연한게 별로 예쁘지 않다.

 

길가에 늘어선 밀감나무. 탐스럽고 잘 생긴 귤나무도 많았는데, 운전하는 사람을 귀찮게 할 수 없어서 이것 한장만 건졌다.

 

-용머리 해안-

 

 

 

 

 

 

 

바람 많은 제주이니 풍력을 이용, 전기를 만든다?

 

나는 이렇게 활량한 벌판이 좋다.

 

드라마 "올인"의 찰영이 있고부터 더 잘 알려진 곳. 섭지코지이다.

 

 

아직 피지 않은 유채꽃밭 넘어로 성산이 보인다.

 

 

해가 거의 질 무렵, 둘째날 밤을 지낼 숙소에 왔다.

여기는 어제저녁 잔 애월해변의 반대편인 서귀포다. 

 

-셋째날- 

 

여행길에 나서면 언제나 그렇듯이 방바닥을 찜질방 수준으로 뜨끈뜨끈 데워놓고

딩굴면서 푹 자고 일어났더니 힘세고 부지런한 며느리, 새벽부터 귤밭에나가 한아름 따다놓고

더 딴다고 주방가위 가지고 뛰어나간다.

 

 

리조트에 딸린 감귤밭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에 나와 커피 한잔의 호사를 누리고 있는 왕소금 부부

 

 

 

점심을 먹고도 2시50분의 비행기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서 제주공항까지는 한라산을 가로질러 가기로 했다.

 

한라산 중턱쯤 부터는 채 녹지 않은 눈이 쌓여있었다.

 

 

활주로에서 내어다 본 제주의 바다.  에메럴드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한라산.... 

 

 

 날씨가 맑은데다가 창가 자리에 앉게되어 서울까지 한시간 내내 창밖을 내어다 보며  왔다.

 

초록바다위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을 지나

 

여기는 목포쯤이라고 했다.

 

그리고 광주

 

한강이 내려다 보인다.

 

 

여행은 언제 어디로 가느냐와는  상관없이 누구와 떠나느냐가 중요하다고 나는 늘 생각 해 왔다.

그래서 인색한 남편과 떠나는 여행보다는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쪽이 훨씬 행복했었다.

오늘

순전히 며느리에 의해 세심하게 계획된 여행에 덜렁 들어가기만하면 되었던, 그래서 돈이라곤 만원짜리 한장도

쓸 일이 없어서였을까? 남편은 내내 흐뭇한 표정이었고

나는, 단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못하고 뜀박질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리고 성실하고 상냥한 며느리를 보면서

나의 과거를 돌아다 보았다.

나에게도 저렇게 밝고 생기있던 날이 전혀 없었던건 아니였고, 그 기쁨의 대부분은 아이들이 준 선물이었다.

 

확신할수는 없지만,이제

세상 사는 일이 지겹거나, 그만 살고 싶어질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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