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접어들었어요. 마침내 겨울이죠.
겨울 ...하니까 불연듯 슈벨트의 "겨울 나그네"가 듣고 싶어졌어요.
우리 귀에 익숙한 보리수를 비롯해 24개의 노래로 엮여져 있다는 연가곡집.
나는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고 한평생 음악을 사랑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해왔는데
따지고보니 부끄럽게도 이 유명한 연작 가곡조차 모두 들어볼 기회를 갖지 못했어요.
이제 시간이 여유로와진 이 겨울철에 차분히 그 24곡을 체계적으로 감상 해볼 생각이에요.
여기 가사나 군더덕이 해설은 인터넷 여기 저기서 줏어 모아 본것입니다.
가사가 얼마나 정확하고 옳바르게 옮겨 졌는지 나로선 가늠할수 없는일이죠.
슈벨트는 같은 시대를 살아온 뮐러란 시인을 무척 좋아한 모양입니다.
그의 첫번째 연가곡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처녀>도 뮐러의 시에 곡을 부친것이고
여기 <겨울 나그네>도 뮐러의 시에 곡을 부친것이죠.
시집 <겨울 나그네>의 전체 줄거리는 쓸쓸한 젊은이의 이야기랍니다. <꿈나비>
Schubert*Winterreise
바리톤 / Dietrich Fischer
뮐러
슈벨트
Ficsher
실연의 쓰라림을 가슴에 안고, 젊은이는 한겨울 이른 새벽 연인의 집 앞에서 이별을 고하고,
그 슬픔과 사랑을 잊으려고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들판으로 방랑의 길을 떠난다.
스산한 겨울 들판을 헤매는 그의 마음은 절망에서 차차 죽음에 까지 이른다.
절망한 젊은이는 동구 밖에서 구걸을 하는 늙은 떠돌이 악사(樂師)에게
함께 겨울 나그네길을 떠나자고 하는데서 이 가곡은 끝난다.
제1곡 : Gute Nacht(Good Night)
나그네로 왔다가
나그네로 또 떠나간다.
많은 꽃을 피우던 5월엔
소녀는 사랑을 말하였으며,
어머니는 결혼을 화제로 올렸었네.
걷는 이 길은 눈으로 덮혀 있고
세상은 슬픔으로 가득하구나
길 떠나기 좋은 시간 골를 수 없었으니
어둠 속 길을 혼자 걷는다.
달빛에 들어난 눈 덮힌 풀밭 위의 사슴 발자국을 따라서...
그 들에게 쫓겨날 때까지 왜 머믈를 수 없는가?
떠돌이 개여! 마음깟 짖어대라 머지 않아 울에 갖히리니
신은 사랑이 방황을 좋아 하도록 만들어
사랑은 다음 다음으로 옮겨 간다네.
소녀여, 잘 자거라.
그대의 꿈, 그대의 안식을 방해하지 않으리,
발 소리 들리지 않게 조용히 걸어서
그대의 문에다 "안녕(Good night)" 이라고 쓰리라.
그대 그것을 보고 내 마음이 진실이었음을 알리니.
제2곡 : Die Wetterfahne(Weather Vane, 풍향기)
.
바람이 소녀 집 지붕 위 바람개비를 희롱하며.
내 어리석었음과 소녀의 매몰찬 책망을 상기시키는구나
저 높은 지붕에 달린 바람개비를 일찌기 알았더라면
이곳에서 진실한 사랑을 찾으려 하지 않았을 것을..
아직 고요한 바람은 지붕 위처럼 寒氣가 매섭다
귀여운 딸은 넉넉할 진데
바람이 아무리 혹독한들 이 들에게 무슨 상관이랴.
제3곡 : Geforne Traenen (Frozen Tears, 얼음 눈물)
얼어 붙은 눈물이 끈임 없이 볼을 타고 떨어진다.
모진 눈물이 흘름을 몰랐었구나?
이 눈물 ! 이 눈물 ! 나는 울고 있구나!
너는 그렇게 따뜻하고 차겁지 않을진대
반짝이는 아침 이슬의 수정처럼 변해 버리다니,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눈물이 솟아난다.
겨울의 모든 눈과 얼음이라도 녹일 듯..
제4곡 : Erstarrung (Congealing 시린 손)
그 녀가 내 팔에 기대어 걷던 푸른 초원의 눈밭 위에
그녀가 발자국 남기면 나는 쫓아 걷곤 하였었네
나는 흐느끼며 대지에 입마추어 눈과 얼음을 녹이고
맥박치는 가슴으로 파 내려 가리라
눈 아래 땅이 모습을 들어내기까지
꽃 들의 아름다움은 살아저 버리고
풀닢의 푸르름은 퇴색하였구나
사랑에 목마른이곳에 遺品은 없나?
슬픔이 침묵한다면 누가 그 녀의 아름다움을 말해 줄 것인가?
내 마음이 죽음에 이르러 그녀의 모습은 고통의 차거움뿐이니
다시 마음이 녹기 시작하면 그 녀의 모습도 거기서 풀려나리라.
제5곡 : Der Lindenbaum (Lime Tree 보리수)
마을 입구 샘가에 서 있는 보리수.
나는 그 그늘 아래 단꿈을 꾸었었네
가지마다 사랑의 말 새기어 놓고.
슬프나 즐거울 때, 내 마음은 언제나 그곳을 찾는다네.
부드러운 어두움 속으로 눈을 감아
오늘밤도 보리수 옆을 헤메고 있네
가지의 바스락 거림은
"친구여! 여기 네 평안이 있다"라고 말하는 것 같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모자도 날려 버렸지만 나는 돌아다 보지 않았네.
보리수에서 멀어진 지금도
나에겐 "평안은 여기 있는거야"하는 웅성 거림이 들린다.
제6곡 : Wasserflut (Water Torrents 넘쳐 흐르는 눈물)
눈물 은 끝없이 솟아 눈 위에 떨어지고
차거운 눈이 비통의 눈물을 게걸스럽게 빨아대네
풀닢이 푸르름을 찾을 때
산들바람 불어 얼음이 녹으면 눈도 비로 변해 버리겠지.
내 소망을 알고 있는 눈이여, 어디로 가는 지를 말해다오?
오랜 시간 흘려온 나의 눈물과 함께 시냇물되어 이곳을 떠나리니
생기찬 거리를 둘러서, 내 눈물이 뜨겁게 끓는 곳이 있다면
거기가 내님이 사는 곳이라네
겨울 Princeton Carneigie Lake 의 일몰 / Photo by 김명옥 권사님
제7곡 : Auf dem Flusse (On the River 냇가에서)
그렇게도 즐거운듯 밝고 힘차게 흐르던 시내여,
작별인사도 없이 왜 그렇게 조용한가?
너는 부서지지 않는 단단한 껍질속에서
싸늘한 모래 위에 누워 침식되고 있구나.
부싯돌 뾰족한 끝으로 너의 껍질 위에
그녀와 첫번째 상면의 인사를 가졌던 날짜
그리고 내가 떠나온 날짜 들을 새겨
깨진 고리에 걸어두자.
내 마음이여, 이 작은 강속에서 네 모습을 보아라?
단단한 껍질 밑엔 그것을 꿰 뚫으려는
격한 흐름이 용솟음치고 있지 않느냐?
제8곡 : Ruekblick (Looking Back, 회상)
.
눈과 얼음 위를 걸었으나 발은 타는 듯하다네
저 건물의 탑이 알아 채도록 다시 숨을 고르지 않으리라
돌뿌리에 채이면서 거리 밖으로 떠나간다네
까마귀는 지붕마다 내 모자에 눈보라를 날린다.
우유부단한 거리여,
네가 전에 맞이해 주던 때와 이렇게도 달라지다니.
햇빛을 반짝이는 창가에 희롱하며 노래하던
종다리와 나이팅게일은 어디에 있는가?
꽃 속에 묻혀있었던 보리수 나무,
햇빛 반짝이며 찰랑대던 맑은 실개천
그리나 소녀의 두 눈의 반짝임
그것은 종말이었네, 젊은 기사여!
그 날이 다시 돌아와 준다면 기꺼이 흘끗 쳐다보고
그녀의 집으로 향한 길을 찾으리
제9곡 : Irrlicht( Will-O'- The Wisp 도깨비 불)
깊은 바위의 골짜기에서 도깨비 불이 나를 유혹한다.
여기서 나가는 길은 어떻게 찾을 것인가?
방향을 잃었던 길에도 익숙해졌네,
모든 길은 다른 길의 끝에 연결되어 있는 것!
기쁨도 슬픔도 모두 다 도깨비 불의 짓이지.
산 속 말라 붙은 개울을 비틀거리며 내려 간다.
물이 종착하는 바다가 있듯이 슬픔도 종착점이 있으리라.
제10곡 : Rast (Rest 휴식)
쉬려 누우니
비로소 몹시 피곤함을 느끼네..
방황은 고통을 잊게하고,
황량한 길은 최선의 진통제
지체하기엔 너무 추워 발은 휴식을 원치 않는구나.
강풍이 나를 도와 앞으로 밀어 대니
등짐의 무게를 덜어 주네
허름한 숯 쟁이 오두막에서
지붕이 있는 잠자리를 찾았네
그래도 타는듯한 상처의 고통으로
나의 사지는 휴식을 찾지 못하고 있구나
투쟁과 폭풍우에 과감히 맞섰던 마음이여
휴식 속에서 너의 상처는 타는 듯이 아프구나
제11곡 : Fruehlingstraum(봄꿈)
꽃 피는 5월을 꿈구었네,
즐겁게 지저귀며 드높이 나르는 새들,
飛翔 아래에 펼쳐진 초원의 푸르름을 꿈꾸었네.
하지만 닭이 울어 눈 뜨면 그 곳은 차고 어두운 곳
지붕에선 까마귀만 울고 있구나 !
유리창에 나뭇잎을 그린 자는 누구인가?
겨울에 꽃의 꿈을 꾸었다고 비웃는단 말인가?
사랑, 아름다운 소녀와의 포옹과 입맞춤
그리고 환희와 즐거움을 꿈꾸었네.
닭울음 소리에 마음이 깨어나니
나는 여기에 홀로 앉아 지난 밤 꿈의
감미로움을 음미하고 있구나
가슴에 따듯한 꿈틀거림에 나는 두눈을 감았네
언제 저 들꽃은 푸르름러 질 것이며
내님은 언제 품에 안기게 될 것인가?
제12곡 : Einsamkeit (Loneliness 고독)
전나무 가지에 산들 바람이 불면
어두운 구름이 맑게 갠 하늘을 지나치듯
절름거리는 잰 걸음으로
홀로 외로이 큰 길 따라 걷는다.
고독이란 낯선 언어와 함께
좋은 것 들과 맑은 날을
하릴없이 지나치는구나 !
아아, 한낮의 무료함이여!
아아, 세상은 너무 밝구나
폭풍우가 아직 불고 있을 때도
이렇게 비참하지는 않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