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누구든떠나갈 때는...류시화

조용한ㅁ 2010. 7. 27. 10:42


          누구든 떠나갈 때는/류시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라도
          저 빛 눈부셔 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로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번 떠나온 길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네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해 노을 속에
          잊을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