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나도 바람이고 싶다/여행2

신안 증도

조용한ㅁ 2010. 9. 15. 10:38
대한민국 슬로시티 대표 선수인 신안 증도. 증도로 가는 길은 문학적이다. 오감을 깨울 만큼 감성적이다. 길 양편에 아무렇게나 늘어선 가로수와 그 사이사이로 보이는 집들의 풍경은 어릴 적 60년대의 그것이다. 너머 야트막한 언덕의 청보리와 양파의 푸른 물결, 붉은 황토밭은 짙은 서정이다. 또 그너머 웅크리고 앉아 있는 감청색 신안 앞바다. `어디서 본 듯한 풍경이다.` 그래, 생각난다. 야수파의 거장 마티스의 그림에서 본 듯한 풍경이다. 왜 남도 지역에 소설가, 시인 등 걸출한 문학인들이 배출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증도 가는 유일한 이 길을 `함초`라고 동행한 박창식 사장(여행사 대표)이 설명해준다. 함초길이 전국의 아름다운 길로 뽑혔다고 덧붙여 해설한다.

증도와 함초길은 증도대교로 연결되어 있다. 증도대교는 지난 4월에 개통했다. 그 전에는 하루에 90여 차례 왕복선이 있었다. 하지만 다리 개통으로 왕복선은 추억의 장소로 퇴락했다. 슬로시티에는 왕복선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천천히, 느리게 가자는 슬로시티로 알려진 증도의 명성이 오히려 현대적 대교 건립을 부추겼지만 여행자들의 편의를 위해 타협이 불가피했을 것이라 마음을 고쳐먹었다.

증도는 사실 슬로시티 이전에 신안해저유물발굴로 명소가 됐다. 지금은 슬로시티로 전국의 명소가 됐으니 명성은 타고난 섬이 아닐까. 증도는 또한 기독교인들 사이에는 성지로 통하는 곳이다. 한국의 데레사 수녀로 통하는 증도 태생의 문준경 여전도사가 기독교 사랑을 전파한 곳으로 성지 순례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증도는 3무(無) 3유(有)의 섬이다. 3무는 담배가게, 경유차, 공해. 3유는 소금, 낙조, 별밤이다.

슬로시티 지정 이후 금연섬으로 선포하면서 6개의 담배가게가 사라졌다. 현재는 차량 운행이 허용되고 있지만 섬 입구에 대형 주차장을 완공하면 섬 주민과 여행객들은 차량을 운전할 수 없게 된다. 대신 시속 20~30㎞의 증기차와 자전거가 운송을 맡는다. 담배와 경유차가 없으니 공해가 없는 것은 당연지사.

대신 이곳의 낙조와 별밤은 이 섬을 슬로시티로 만든 주인공들일 만큼 특별하고 황홀하다. 보물이 발견된 신안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상전봉전망대와 이 섬의 유일한 리조트 엘도라도에서의 낙조는 붉기로 이름난 곳이다. 이곳의 별밤은 은하수와 별이 쏟아질 만큼 아름답다. 불빛이 없고 공기가 청정한 덕분에 50~60년대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별총총`의 밤하늘을 보는 특전은 증도만이 갖고 있는 매력이다.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1박을 할 수 있는 행운(?)으로 40년 만에 별똥별을 보는 특전을 누렸다. 이건 소위 시쳇말로 별이 흘러내린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증도 여행 전 슬로시티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증도의 별밤을 보면서 `슬로시티가 이런 거구나` 순간 깨달음이 왔다.

`한반도 해송 숲` 내에 조성된 산림욕장은 증도의 또 다른 명물. 숲속 산책로는 10㎞에 이른다. 90㏊에 달하는 광활한 면적의 `한반도 해송 숲`은 서남권 대표적 해수욕장인 증도 우전해수욕장의 수림대로 한반도 형상을 하고 있으며 50~60년생 소나무 10만여 주가 심어져 있다.

◆ 아시아에서 가장 큰 천일염전

= 증도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천일 염전이 있다. 태평염전에서 운영하는 염전 체험은 증도 슬로시티의 대표 상품이다. 소금을 저장하는 7개 대형 염전창고가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풍경화다. 60년 전에 세워진 7개의 목재창고는 새까맣게 바랜 외부의 흔적이 세월의 흔적을 말해준다. TV문학관 소재로 등장하곤 했던 수차는 추억을 제공한다. 바닷물을 소금밭으로 퍼올리는 수차는 소금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의 흔적이기도 하나 지금은 슬로시티의 대표 격 여행상품이 됐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을 터.

소금만들기 체험은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 소금 창고 하나를 개조한 박물관과 찜질방 같은 소금동굴 힐링센터도 있어 여행객들이 이용할 수 있다. 더 상세한 정보는 `증도소금세상` 블로그에 들어가면 된다.

슬로시티 증도의 매력은 갯벌을 체험하는 것이다. 증도는 갯벌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을 만큼 갯벌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특히 길이 470m 짱뚱어다리를 걸어보면 느리게 사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갯벌에서 짱뚱어가 많이 잡힌다고 해서 짱뚱어다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썰물 때 다리에서 갯벌을 내려다보면 온갖 갯벌 생물의 축제를 관찰할 수 있다. 농게 칠게 방게 짱뚱어 가무락조개 등이 마음 놓고 뛰어노는 진풍경이 펄 위에서 펼쳐진다.

◆ 엘도라도리조트서 `하룻밤 호사`

엘도라도리조트는 증도의 유일한 명품 리조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매일경제신문이 공동 주최한 `한국을 빛낸 관광의 별` 숙박시설 부문 후보로도 꼽힌 대표적인 슬로 리조트다. 시설 하나하나가 자연을 닮아 있다. 섬의 지형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건물을 분산 배치한 것도 놀랍다. 대부분 방은 저층 단독별 장식이다. 그러니 시선에 부담도 없다. 그저 정물화처럼 편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증도가 만들어낸 순도 100% 천연 조망이다. 증도의 자연 풍광과 조화를 이룬 지중해풍 외관에 해안형 별장으로 경관과 바다 전망이 뛰어나다. 총 190개 객실이 있는데 전 객실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부대시설로 해수온천사우나, 야외 노천탕, 전통 불한증막, 야외 수영장, 증도해수탕 등이 있어 이용할 수 있다. 리조트 아래에는 도보로 2~3분 거리에 리조트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는 비치가 있어 여유롭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이곳 리조트에서 전망할 수 있는 낙조가 명물이다. 상세 정보는 홈페이지(www.eldoradoresort.co.kr)나 전화(061-260-3300, 객실 1544-8865 분양 02-3288-6000)를 이용할 수 있다.

■ 증도 가는 길

= 한국관광공사와 코레일광주본부는 고속열차 KTX를 이용해 슬로시티 증도로 가는 열차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용산역에서 광주송정역까지 수시로 운행하는 KTX편을 활용하면 된다. 송정역에서는 증도까지 하루 두 차례 증도를 오가는 셔틀관광버스가 운행하고 있는데 약 1시간30분이 소요된다. 증도까지 가는 무안ㆍ신안경유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됐을 만큼 주변 풍광이 빼어나다. 당일 코스로 운영하는 증도KTX여행상품은 용산역에서 아침 7시 20분 출발하는 KTX를 타고 광주송정역에 10시에 도착, 증도셔틀관광버스를 타고 증도에 도착해 신안해저유물기념비 우전해수욕장 한반도해송숲 엘도라도리조트 태평염전 등을 둘러보는 코스로 밤 10시쯤 용산역에 도착하는 상품이다. 성인은 주중 7만2000원, 주말 7만9000원이고 어린이는 주중 5만6000원, 주말 6만2000원이다. 문의ㆍ예약은 광주역여행센터(062-525-4835)나 남해관광(1566-2233)으로 하거나 홈페이지(www.angel.co.kr)에 접속해도 된다.

[증도 = 연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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