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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글/수필.기타

" 약해지지 마! "

 

" 약해지지 마! "


  돈 있고 권력 있고 그럴듯해 보여도 외롭고 힘들긴 다 마찬가지다.
그래서 사람에겐 저마다 위로가 필요하다.
   92세에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해 99세인 올해 첫 시집
『약해지지 마(くじけないで)를 발간한 시바타 도요.

  그녀의 시집은 지난 3월에 발간된 후,

6개월 만에 70만 부가 넘게 팔려나가 초베스트셀러가 됐다.
아마도 그 작은 시집엔 ‘위로의 바이러스’가 묻어 있는 것 같다.그렇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도요의 시가 가진 가장 큰 힘은 위로다.
개개인만이 아니라 이 시대에 대한 위로다. 99년의 세월을 살아온 도요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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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해지지마 (くじけないで)』
" ....난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살아 있어서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안으로 들어오게 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들어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인간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나 말이야,
사람들이 친절하게 대해주면
마음속에 저금해 두고 있어.
외롭다고 느낄 때,
그걸 꺼내 힘을 내는 거야.
당신도 지금부터 저금해봐.
연금보다 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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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말이야,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그렇지만
시를 쓰면서 사람들에게 격려 받으며,
이제는
더 이상 우는 소리는 하지 않아.
99세라도 사랑은 하는 거야.
꿈도 꿔 구름도 타고 싶은 걸.”

“인생이란 늘 지금부터야.
그리고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그러니 약해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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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99세 할머니 詩人

1998년 프랑스에서 열 살 소녀가 쓴 시 한 편이 파리 지하철 승객들을 울렸다. 아빠가 비행기 사고로 숨진 지 다섯 달 된 소녀 카트린이 쓴 '우리 아빠'였다. 지하철공사가 공모한 시 7000여 편 중에서 뽑혀 객차마다 전시됐다. '아빠는 내 영혼 속에서 무지개, 날개 달린 천사/ 꿀벌이 됐어요/ …/ 높은 곳에서 아빠는 동틀 때까지/ 황금침대에 누워 잠자고 있어요/ 내 영혼이 바라는 대로.' 아빠의 안식을 기도하는 천사의 노래가 심사위원들을 울렸다고 한다.

칠레 소설 '네루다와 우편배달부'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네루다가 시골 우편배달부에게 시를 가르친다. 배달부는 시인에게 "은유란 무엇이냐"고 묻는다. 네루다는 "시에서 '하늘이 울고 있다'면 무슨 뜻일까"라고 되묻는다. 배달부는 "비가 온다는 거잖아요"라고 절로 답하면서 시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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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희가 시인을 꿈꾸는 예순여섯 할머니를 연기한 영화 '시'에 김용택 시인이 나와 문화센터에서 시를 가르친다. 그는 흔한 과일, 사과를 시에 비유한다. "누구나 사과를 숱하게 봤다고 하겠지만, 사과와 대화하고 싶어서 봐야 진짜로 본 것"이라고 한다. 시는 사과처럼 주변에 흔하게 있지만 사물을 새로 깊이 있게 봐야 시가 된다는 얘기다.

일본에서 아흔아홉 살 시바타 도요 할머니가 낸 시집 '약해지지 마'가 곧 100만부 판매를 돌파할 거라는 소식이다. 아흔두 살에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한 아마추어지만 노경(老境)의 깨달음과 지혜를 쉬운 말로 전하면서 웅숭깊은 감동을 빚어낸다. 사람들이 베푼 친절을 '저금'해 두면 '연금'보다 더 좋다고 속삭이는 식이다. 메마른 현실에서 잊었던 '착한 마음'을 되살려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아이와 손을 잡고/ 당신의 귀가를 기다리던 역/ …/ 그 역의 그 골목길은/ 지금도 잘/ 있을까'라는 자작시 '추억'을 가장 마음에 들어한다. '아흔여덟에도/ 사랑은 하는 거야/ 꿈도 많아/ 구름도 타보고 싶은걸'이란 시 '비밀'도 있다. 할머니는 외롭고 힘들 때마다 "인생이란 언제라도 지금부터야. 누구에게나 아침은 찾아온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아침처럼 시도 찾아온다. 네루다는 "시가 내게로 왔다"고 했다. 지금껏 한 길을 걸어온 어르신들은 시 한 편씩 짓는 게 어떨까. 시를 쓰면 아흔아홉 할머니도 소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