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그림들/한국의화가 작품

박항률

조용한ㅁ 2011. 7. 1. 16:04


박항률씨의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충격을 받았다.
갑자기 『쿵!』하고 바위 하나가 내 가슴 저 깊은 곳에서부터
굴러 떨어지는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곧이어 그 바위가 꽃잎이 되어 사뿐히
내 가슴의 또다른 곳에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것은 그의 그림에서 우러나오는
고요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강과 소년
일찍이 내가 경험하지 못한 정적,
그 고요함의 깊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박항률의 그림 앞에 서면 늘 침묵과 고요함을 느낀다.

유혹 그것은 이 소란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정신없이 뛰어가다가 어느 한 순간, 
담벼락 모퉁이에 홀로 피어 있는 백일홍을 보고 
갑자기 걸음을 딱 멈추었을 때 느껴지는 고요함과 같다.

새벽
은행나무나 모과나무 가지에 달려 있던 열매들이
바람부는 어느 날 땅에 떨어져
말없이 침묵 가운데 이루는 고요함과도 같다.

나는 나의 고요함 앞에 언제나 옷깃을 여민다.
그의 고요함은 고맙게도 내 고단한 현재적 삶을 정지시킨다.

정오의 명상
더 이상 과거의 고통이나 미래의 불안 속으로
처벅처벅 걸어 들어가지 않게 만든다.

소녀와 비둘기
내가 가장 기뻐했던 삶의 어느 한 순간에
영원히 나를 머무르게 한다.

새벽
나뭇가지 끝에 고요히 앉아 있는 잠자리를 보면 
마치 오랫동안 나 자신이 그렇듯
나뭇가지 끝에 고요히 앉아 있는 것 같고, 

새벽
저고리를 입은 소녀의 머리 위에 앉아 있는 새를 보면 
나 자신이 그렇게 한 소녀의 머리 위에 앉아
문득 영원과 연결된 것 같기만 하다.

무제
나는 그 고요함의 영원성 앞에 늘 무릎 꿇는다.

새벽
그의 그림 속에는 묵상하는 자의 겸손함과 경건함이 있다.

명상
침묵이 부족한 삶이야말로 
진정한 삶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자의 고뇌가 있다.

소년부처
천년 세월 동안 가슴 위로 두 손을 모우고
선 채로 살아온 운주사 돌부처들의 침묵이 있고,

촛불기도
성당의 장궤대에 무릎을 꿇고 
고요히 기도하는 소녀의 순결한 묵상이 있다.

>The Secret Story 
박항률씨의 그림 속에서는 고구려 벽화에서 나오는
상상의 동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The Secret Story
소녀의 머리 위에 앉아 있는 날개 달린 물고기 비어(飛魚), 

응시
인간의 얼굴을 한 새 인면조(人面鳥), 

해 속에 사는 세 발 가진 까마귀 삼족오(三足烏), 

The Secret Story 
등에 소년을 태우고 달리는 천마(天馬)등은 
상상력이 고갈된 우리의 현재적 삶에 
신화적 상상력의 문을 활짝 열어준다.

비밀의 문
나는 그가 열어놓은 상상력의 문에 기대어 
인간이 궁극적으로 다다르고 싶어 하는 세계가 
어쩌면 동화나 신화의 세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Yonder
아, 그의 그림 앞에 서면 고요히 지구로부터 멀어져가는
초승달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Secret Story 
잠든 우리의 창문 밖에서 서성거리는 
새벽별들의 발자국 소리도 들리고, 
비어가 날아다니는 푸른 하늘의 바람소리도 들린다. 

Dream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운다는 인면조의 울음소리도 들린다.

Enchantment of Spring
나는 그의 그림을 통해 인간이 자연을 통해서만
고통을 위로받을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새삼 깨닫는다.

Yonder
그의 그림 속에는 자연을 만나러 갈 수 있는 인간의 길이 있다.

응시
그 길을 걸어가면 자연과 합일된 아름다운 인간들의 얼굴이 있다.

Sound of My Mind
새가 된 소녀, 

새벽
말이 된 소년

머리에 나룻배를 이고 나룻배가 된 인간의 본질적 모습이 있다.

The Day Dreaming
그런 모습들이 이루는 고요함 앞에, 
자연과 인간이 만나 이루는 고요함의 어느 한 순간 앞에 서면 
나의 마음은 평안하다.

명상
만일 내가 새가 된다면 
인면조와 같은 얼굴을 한 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큰 위안을 받는다
시도 그렇지만 그림도 가난한 인간의 마음을 위안하는 그 무엇이 아닐까.

새벽
그의 그림에서 배어나는 고요함은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 나를 따스하게 위로해준다.

The Stare 
마치 가난한 동생을 염려하는,
정신없이 물질 세계를 향해 바쁘게 살아가는
동생의 소매 끝을 살며시 끌어당기는, 
다정한 누님의 손길 같다.

정오의 명상
나는 그의 그림 속의 인물들이 
무슨 생각에 그리 깊이 빠져 있는지
어떠한 인간의 꿈을 꾸고 있는지 
궁금해하지는 않는다.

Moonlight
그들도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인간이 겪은 온갖 고통과 사랑에 대하여 
생각하고 꿈을 꾸고 있는 듯하다.

Yonder
그러나 그들의 얼굴에서는 
고통을 뛰어넘은 자의 한 순간이 엿보이는 듯해서 아늑하다.

소년
눈물 끝에 열리는 미소가 엿보이는 듯 해서 평화롭다.

특히 창가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는 
소년의 맑고 투명한 눈빛은 잊기 힘들다.
그 소년의 눈빛을 보면 인간이 
그 얼마나 아름답고 평화로운 존재인가를 잘 알 수 있다.
글: 정 호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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