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시즌이 닥치기 전에 한번 나갔다 오자고 남편을 닥달한지 한달 여만에
겨우 2박3일의 여행 승락을 받았다.
스켓치를 핑게로 비교적 여행이 잦은 나로서는 이렇게 해서라도 일단 남편과
의 여행으로 서두를 열어두는게 마음 편한 일인것이다.
여행경비 일체를 내가 부담하기로 하고, 여행지도 남편이 택한 곳을 100%
따르기로 했다.
그래서 여행 첫날 가 보기로 한 곳이 전남 화순에 있는 운주사다.
그림을 그릴 소재가 될게 별로 없으리라 생각은 되었지만 소설이나 시에
자주 등장하는 "와불"에 대한 매력도 있어서 나도 한번쯤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운주사*
엄청나게 큰 이 부처 둘은 산 중턱에 편하디 편하게 누워있었는데, 그 옆에
"부처님 위에 올라가지 마시오"라는 경고문이 세워져 있었다. 그러나 이 와불을
사진 찍으려면 하는 수 없이 부처님의 발치께라도 밟고 올라 서야 했다.
"천불천탑"이라더니 과연 산이나 절마당, 길가에도 부처나 탑이 흔하디 흔했다.
어떤 부처들은 크고 작은 불상들이 바위 밑에 마치 한 가족처럼 모여 있기도
했다.
대웅전에 위엄있게 앉아있는 부처님하고는 다르게 이곳의 부처들은 소박하고
어쩌면 촌스럽기까지 했지만 마치 서민들의 모양새와 닮은 듯해서 친근감이 갔다.
* 마량포*
생선회를 좋아하는 남편은 그날의 일정을 포구에서 마치기를 원했으므로
마량포구에서 여장을 풀었다.
아침 7시
크고 작은 배에서 꺼내온 생선들을 경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작은 포구여서인지 어종도 별로 다양하지 않고 물량도 적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잡는다는 참꼬막이 아침 밥상에 올라오자 남편은 무척
좋아했다.
*쌍계사*
벗꽃 철이 아닌 쌍계사는 너무나 한적했다.
그러나 절 입구에 드문드문 피어있는 매화는 절정이었고 산 자락마다
푸른 녹차나무가 싱그러웠다.
*화엄사*
겉에서 보면 2층이고 안에서 보면 굉장히 천정이 높은 1층 사찰.
기둥이며 종. 무엇이나 육중하고도 섬세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구례 산수유마을*
마을 전체를 노란색 물감으로 칠한 듯 . 천지에 산수유 뿐이었다.
그러나 산수유 자체가 색깔이 진하지 않고 성글게 피는 꽃이어서
겨울색인 갈색 숲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했다.
그래도 주말 부터 시작되는 축제준비가 한창이었다.
*섬진강*
이번 여행이 아니더라도 거의 해마다 찾아가는 강이고 내가 즐겨 그리는 곳이다.
여기 구례쪽 보다는 광양만 근처가 더 풍광이 좋은데 지금쯤 매화가 만개해서
강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을것이다.
둘째날은 지리산 온천랜드에 묵으며 온천물에 피로를 풀었다.
관광지여서 밤에도 대낮 같이 환했으므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즐거움은
누릴 수 없었지만 산수유가 달빛같이 피어오르는 마을길을 걷는 기쁨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마지막 3일째
여행을 할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여행이란 언제 어디로 가는가 보다는 누구와
동행하느냐에 즐거움이 달렸다.
워낙 재미라고는 약에 쓸래도 없는 남편인지라 처음부터 아예 기대를 안한 덕인지
이번 여행은 별 무리 없이 마쳤다.
올라오는 길에 전주시내를 지나게 되어 전통 음식이라는 전주 비빕밥도 먹어보았고
서해안 고속도로 변에 있는 갈메못 성지에 들려 여행길에 보호해 주시고 섭리 해 주신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그 성지 앞 바다인 오천항은 키조개 산지여서
그날 점심은 키조개로 배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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