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그림들/한국의화가 작품

김환기

조용한ㅁ 2012. 2. 25. 19:44

'10만개의 점'(바로 위 작품). 그 점들은 종소리되어 온 누리에 울려퍼지네.그 소리의 물결은 우주에서 지구로,하늘에서 땅으로, 산에서 바다로,경계를 넘어 확산된다. 우주의 웅혼한 기운이 그윽한 파장으로 지구와 교섭하고, 해,하늘,산,바다,땅 역시 그 푸르른 정기가 밝게 빛나며 메아리친다. 그 개개의 점들은 수 많은 생명체와 사물들의 존재로 살아나고, 점으로 이뤄진 띠와 그 띠들로 엮어진 동심원의 떨림, 그 동심원들과의 마주침은 소중한 존재들간 인연들의 조화로 아름답게 빛난다. 한 화폭에 5개의 동심원을 구획한 하얀 선들은 사각 창호문에 비친 매화가지처럼 운치가 있다.

김환기의 작품 '10만개의 점'(1973)은그가 작고하기 1년 전에 그린 작품이다.이 작품은 뉴욕시기의 만년에 그가 몰두했던 점화 추상의 큰 작품들 중 하나이다. 1970년 제 1회 한국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1970)도 이 시기에 그린 것이다. 김환기의 뉴욕시대(1963-75)는 70년에서 74년 작고하기 전까지의 4,5년이 절정을 이룬다.

김환기 작가에게 점의 의미는 무엇일까?그는 일기에서 "내가 찍은 점. 저 총총히 빛나는 별만큼이나 했을까.눈을 감으면 환히 보이는 무지개보다 더 환해지는 우리강산"이라고 적고 있다.윤난지 교수(이화여대)는 평문에서 "200호 이상의이 말년의 대작들은 단지 한 시기의 작업이라기보다는 그의 전 생애 작업을 갈무리하는 결론격의 작업이다.이들 화면에서 자연의 외형은 사라졌으나더 근본적인 면에서의 자연과의 만남이 드러난다"고 했다. 윤교수는 이어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 또는 끊임없이 거듭나는 미세한 세포들을 그린 것 같은 이 그림들은 미시적 세계와 거시적 세계,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우주적 윤회를 시각화한다.자연의 기에 자신을 맡기면서 한 점 한 점 찍어가는 자아의 호흡은 그대로 그림 자체의 고른 박동으로 살아나며,이는 또한 삼라만상을 꿰뚫는 생명원리의 한 표상이 되는 것이다"고 했다. 김환기 작가에게 점화 작업은 자연과 하나가 되어가는 구도의 과정이었다. 그가 "예술은 심미적,철학적, 또는 문학적 이론이 아니다. 예술은 하늘, 산, 그리고 돌처럼 그저 존재할 뿐이다"라고 했던 것처럼.

그러나 김환기 말년의 점화작품들은 가족의 안타까움을 더욱 깊게 한다.김 작가의 차녀 김금자씨는 갤러리현대 전시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시관에 걸린 뉴욕시절 점화들을 보고서 가슴이 답답하고 터질 것 같았어요. 아버지가 여기서 병을 얻지 않았나.점을 찍어가는데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금자씨는 "아버지가 하루 16시간동안 작업에 몰두하면서 목디스크가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너무 가슴아프다"고 했다.그녀는 "'아버지가 점을 찍으면서 행복을 느꼈을 것이다'는 주변 분들의 말에 애써 위안을 삼지만, 내게는 너무 고통스러운 것이다"고 했다.

김환기의 작품세계는 크게 일본유학(1933-37),초기 서울(1937-56), 파리(1956-59), 다시 서울 (1959-63), 뉴욕 (1963-74)시기로 나뉜다.1913년 전라도 신안군 안좌면에서 태어난 그는 1931년 일본에 가 중학을 다녔고, 1933년부터 1936년까지 일본대학 예술학원 미술학부에들어가 졸업했다. 당시 동경의 실험적인 미술분위기에 영향을 받으면서 김환기는 추상미술을 시도하기 시작했고 1936년에 동경의 아마기 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다.

김환기의 작품세계에서 1930년대가 동경에서 벌어지고 있던 새로운 추상미술에 매혹된 실험기라고 본다면 1950년대는 무언가 우리 것을 그려야 한다는 자각의 시기였다. 산이나 달,학,매화, 조선시대의 백자 등 전통적 소재로 전환을 보인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1956년 파리에 가서 더욱 심화된다. 색채는 푸른 색으로 일관한다.그에게 푸른 색은 한국의 하늘과 동해바다를, 작가의 마음 상태를 상징했다고 볼 수 있다.

1959년 파리에서 귀국한 김환기는 미술교육에 몰두하며 여러 번의 개인전을 가졌다.그후 1963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커미셔너 자격으로 참석하며 뉴욕으로 가 11년에 걸친 뉴욕생활을 시작했다. 뉴욕에 정착한 이후부터 1970년 이전의 작품들은 '봄의 소리', '아침의 메아리' 등 1년의 사계절과 시간, 또는 음향을 느끼게 하는 소제목이 곁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1967년과 68년경부터는그의 작품에서 형태가 서서히 해체되기 시작한다. 70년 이후 시기 작품 세계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다.

탄생 99주년을 맞은 고 김환기 화백의 회고전 '한국현대미술의 거장-김환기'전이1월 6일부터 갤러리현대에서 열린다. 이번 회고전은 김화백이 20대 중반에 제작하였던 1930년대 작품부터 1974년 작고 직전의 작품까지 시대별 주요작품 60여점이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메아리'(1964),'항아리와 꽃가지'(1957,바로 위 작품) 등 50-60년대 미공개작 4점이 출품된다.

전쟁시기에 그렸던 '피난열차'(1951,바로 위 작품), '항아리와 여인들'(1951, 바로 아래 작품)는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피난열차'는 전쟁 때의 음울한 느낌보다는 경쾌함이 묻어난다. '항아리와 여인들'은 해변의 밝은 색감과 풍성한 항아리를 안고 있는 젊은 여인들의 풍만한 나신에서 전쟁의 폐허감은 전혀 감지할 수 없고, 휴양지에서 자연속 풍성함이 물씬 풍긴다.

1930년에서 63년 사이의 구상작품 30여 점은 본관에 선보이고, 뉴욕시대로 일컬어지는 63년에서 74년 사이의 추상작품 30여 점은 신관에 선보인다.

유홍준 교수의 '특강:김환기'가 1월 10일 오후 2시 갤러리현대 전시관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유홍준 교수와 함께 김환기 화백의 생가가 있는 신안을 둘러보는 '신안 김환기 생가 방문'이 2월 20일에 진행된다.생가방문은 선착순 40명에 유료이다.

전시기간:1.6-2.26
전시장소:갤러리현대 신관 및 본관(서울시 종로구 사간동 80번지 02-2287-3500)

'좋은그림들 > 한국의화가 작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이우환  (0) 2012.03.08
이우환 화백의 '조응'  (0) 2012.02.26
김환기  (0) 2012.02.24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년)  (0) 2012.02.24
김환기  (0) 2012.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