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담배 연기처럼 신동엽

조용한ㅁ 2012. 3. 16. 15:52

담배 연기처럼


들길에 떠가는 담배 연기처럼

내 그리움은 흩어져 갔네.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멀리 놓고

나는 바라보기만

했었네.


들길에 떠가는

담배 연기처럼

내 그리움은 흩어져 갔네.


위해주고 싶은 가족들은

많이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멀리 놓고 생각만 하다

말았네.



아, 못 다한

이 안창에의 속 상한

드레박질이여.



사랑해 주고 싶은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하늘은 너무 빨리

나를 손짓했네.


언제이던가

이 들길 지나갈 길손이여



그대의 소맷 속

향기로운 바람 드나들거든

아퍼 못 다한

어느 사내의 숨결이라고

가벼운 눈인사나,

보내다오.

<한국문학.1966년 겨울호>


시 : 신동엽

시선집 :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창작과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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