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 - 채동선 곡
그리워 그리워 찾아와도
그리운 옛님은 아니뵈네
들국화 애처롭고 갈꽃만 바람에 날리고
마음은 어디고 부칠 곳 없어
먼 하늘만 바라 본다네
눈물도 웃음도 흘러간 세월
부질없이 헤아리지 말자
그대 가슴엔 내가 내 가슴엔 그대있어
그것만 지니고 가자꾸나
그리워 그리워 찾아와서
진종일 언덕길을 헤매다 가네.
테너 안형렬
소프라노 조정순, 율 챔버오케스트라, 지휘 이기선
이 시는 암울했던 한국 근대사에서 일제에 항거하며 민족음악가로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채동선의 대표적 가곡,
'고향'의 노랫말이다. 작사자는 한국 문단사에 빛나는
거목으로서 큰 자리를 차지했던 정지용이다. 이 곡은
고향에 대한 애절한 감성을 서정성 깊은 선율로 노래하면서 오랫동안 나라
잃은 우리 민족에게 깊은 위로를 주었다.
하지만 이 곡은 도중에 박화목 작시의 '망향' 또는 이은상 작시의
'그리워'로 노랫말이 바뀌어져 불려야만 했던 '비운의 가곡'이었다.
전쟁이 끝난 후, '고향'의 작가 정지용이 6·25때 월북한 시인으로
낙인찍혀 금지가곡으로 묶였기 때문이었다. 이때 가곡 '고향'은
이미 중고등학교 음악교과서에 실린 상태였고, 당시 출판된 명곡집에 예외 없이
수록되는 인기가곡이다 보니까, 각 출판사들은 급한대로 박화목의 '망향'으로
그 가사를 대신하였고, 후에 정지용의 시를 텍스트로 한 채동선의 모든 가곡을
다른 가사로 바꾸는 작업에 들어가면서 '고향'의
가사는 노산 이은상 '그리워'로 대체된다.
지금의 4·50대 중장년층에게 특히 잘 알려진 이 곡이 '그리워'란 제목으로 더욱
잘 기억하고 있는 이유인 것이다.
이 곡이 본래의 노랫말을 되찾은 것은 1988년 정지용을 비롯한 월북작가에 대한
해금조치가 내려진 이후였다.
1993년에 발간된 채동선 작품 제2집에는 9편의 정지용 詩가
모두 제자리를 찾아갔다.
고향 / 정지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 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