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공지/게시물

[스크랩] 매우 오래 산 나무등걸이 피워올린 매화를 보며....

조용한ㅁ 2013. 4. 3. 21:53

 

 

언제 어디서부터 그렇게 됬는지 모릅니다.

매사에 조금씩 늦는 생활습관이 제게는 있습니다.

학교 다닐때는 지각을 밥먹듯했고, 무슨 약속이든지 몇십분씩 늦는게 예사였지요.

그러면서 나이 40되었는데, 그땐 참 모든게 끝난듯 참담하더라구요.

그당시 꽤 유명한 코미디언이었던 이주일씨가, "여자나이, 40이요? 그거 자동차로치면, 보링이 필요없는겁니다. 바로 폐차지요"하는말을

라디오로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폐차 당하지 않고 50살을 훌쩍 뛰어넘었고 60살을 멋적게 치나쳤지요.

그리고 이제 몇달만 더 살면 일흔살이 됩니다. 째끔 꾀를부려 만으로 치자면 2년은 족히 남았지만요. ㅎㅎㅎ

예? 나이자랑 하느냐구요?

아니요, 그게 아니라 늙는것은 부끄러뭄도 쓸쓸한 일도 아닌 축복이라는 제 느낌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늦었으면 어떤가요?

저는 이 섬진강 상류, 구담마을를 두번째 찾아왔다는거 아닙니까?

그뿐 아니예요. 그 후기로 거의 똑같은 사진을 올리고 또 이렇게 재잘재잘 잔소리?까지 하고 있으니, 제 자랑이 아니라, 한편 대견하지 않나요?

정말이예요. 이 여행후기란의 2010년4월에 제 글이 버젓이 존재한다니까요. ㅎㅎㅎ

 

 

 

여기 구담마을에서 매화향을 즐기며 강물을 내려다보는데, 느닷없이 '나는 행복하구나'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무심재 길동무들 틈에 뒤늦게 비집고 들어오긴 했지만, 또한번 와보고 싶었던곳을 정말 또한번 오게 되었으니까요.

이제, 이 느낌이 가시기전에 저 강줄기를 그림으로 표현 할 것입니다.

부드럽고 잔잔하게, 마치 매화향기같은 그림이 될것같아 벌써 마음 설레입니다.

 

 

 

 

 

 

 

 

 

 

 

대숲은 굵고 곧은 대나무에 빗긴 그림자를 그려보려고 특히 빛을 신경 써서 찍었습니다.

예상보다 매화가 덜 피었으므로 예정엔 없었지만, 소쇄원으로 가는 길에 담았습니다.

 

 

 

 

우리 무심재님 참 멋진 분이시지요?

어떻게 우리를 소쇄원으로 이끄실 생각을 하셨는지....

저기 待鳳臺를 설명하실때 저는 아주 많이 감동했고 기뻤어요.

우리님들은 아시나요?

"아들을 낳으면, 잣나무를 심고,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는다"는데, 거기에 무슨뜻이 있는지?

잣나무는 60년 이후에 아들의 관을 짤것이고, 오동나무는 딸이 시집갈때, 장농을 짜기위해서?

에이, 아니거든요? 저도 그날 무심재님한테 배워서 알았는데요, 가르쳐 드릴까요? 공짜루요? ㅎㅎㅎ

 

 

 

 

 

 

이제 수다 그만 떨고 매화얘길 할께요.

괜히 이것저것 아는체 했다가는, 하긴 아는것도 별로 없지만....

늙은이 잔소리로 밖에 안들릴테니, 제 느낌을 ........

매화 등걸요, 어쩌면 그렇게 굳고, 비틀리고, 구비가 많을까요?

그런데, 거기서 피어오른 꽃은, 풋풋한 나무에서 피어나는 꽃들과 느낌이 달랐어요.

훨씬 투명하고 우아했습니다.

그리고 드문드문, 여백을 두고 순하디 순하게 그리고 천천히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그 향은 깊었어요.

이것이 몇백년을 살아오면서 겪어내고 가라앉힌 모습 아닐런지요?

 

 

 

저는 툭하면 뭐든 잘 잊고, 또 잃어버립니다.

몸도 여기저기 삐걱이지요.

그래도 참 장하다 여기려합니다.

뒤돌아보면, 차라리 잊어버려야 할것이 많았습니다.

그걸 잊으려 애쓰보니, 기억해야 할것까지 함께 잊혀진것 아닐런지요.

 

 

며칠전에 부활주일이 지났지요?

그전에 부활절 판공성사가 있었습니다.

시어머님 모시고 아이들 키우며 성당에서 봉사활동도 열심히 할 때는 죄도 참 많았던지, 며칠에 한번씩 고백성사를 보면서

눈물콧물이 범벅되곤 했었는데, 시어머니 돌아가신지 10여년, 아이들도 모두 독립해서 남편과 단둘이 살고있는 지금은

팡팡 놀면서도 성당활동도 않합니다. 하긴, 누가 써주기나 하나요?

그런데, 고백할 죄가 생각나지 않는겁니다.

그렇다고 '죄 없어요'할 수도 없고.... 성찰해보니, 저는 이웃을 사랑하는게 아니라, 저 자신만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자기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이 마음에 들어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저만 아는 아이'같아졌습니다.

고백성사를 보고 용서 받으면 뭐하나요?

곧 이전의 그 고집불통, 저만 아는 할매가 되는걸요.ㅋㅋㅋ

어쩌다가 '젊었을적엔 참 고우셨겠어요?'하는 인사를 받기도합니다.

그런데, 저는 젊었을적에 '예쁘다'는 말을 들은적이 거의 없어요.

이상해요, 늙으면 예뻐지기도 하는걸까요?

 

 

 

 

오늘 오래 산 나무에서 피어오르는 매화를 보며 생각했어요.

어쩌면, 내게도 편안함이, 긍정적이고자하는 의지가 얼굴에 피어나는것 아닐까하고.

 

이제 저의 감성이 담아온 매화, 그 고운 모습들을 님들께 보여드립니다.

푼수떼기, 자랑질한다고 눈 흘기지 마시고, 그냥 보시어요. 

사나운 겨울 추위를 견뎌낸,오래된 등걸이 피워올린 이 찬란한 빛을.

그리고,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나이를 먹는다는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축복이라는 ....

 

 

 

 

 

 

 

동백은 보너스.

어디서 찍었는지, 까먹었지만,

컴에 쏟아놓고 보니 이렇게 화려하네요.

 

 

 

 

 

 

 

 

 

 

 

 

 

 

I`m in love for the first time

태여나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이후로

 

 

출처 : 여행, 바람처럼 흐르다
글쓴이 : 조용한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