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사진 예술" 의 거장 마이클 케나는 영국 출신이며, 현재 미국 시애틀에서 활동 중인 세계적 사진가다.
필름카메라만 고집하는 자칭 "아날로그 사진가" 이기도 하다.
마이클 케냐의 작업은 카메라 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자연에 귀를 기울이고, 그가 들은 바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그는 언제나 세심하고 정직한 장인의 자세를 견지하며 자연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서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스려서 평정심으로 바라다본다.
따라서 그의 사진은 잘 균형 잡혀 있고 모든 요소들이 조화로운 형태를 띄고 있다.
사진에 등장하는 피사체들은 나무나 돌, 조각상이나 다리와 같이 고정된 지형지물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결코 침묵하지 않고 말을 걸어온다.
마치 완전한 적막의 한가운데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몸 속 내면의 울림처럼 그 소리에 귀 기울이며 우리는 명상에 빠져든다.
그의 풍경 속 자연은 사람과 사물이 함께 공생해 가는 장소로 가꾸어져 있는 것이다.
이처름 그의 사진은 단선적이며 명료한 참선적 반응을 불러 일으킨다.
그의 사진을 보는 동안 우리는 표지판이 완벽해가 정비된 쾌적한 길을 달리는 것과 같이 어떠한 갈등이나 위협감도 느끼지 않는다.
다만 정확하게 재단된 화면 안에서 적재적소에 배치된 유도점들을 따라 편안하게 눈길을 두기만 하면 된다.
강한 원근감을 주는 선적인 요소와 패턴의 배열과 같이 반복되는 형태적 요소들을 좇아 그의 여정에 편안하게 동행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분명한 첫 번째 착시점과 시선의 유도는 관찰자의 시점, 즉 렌즈의 위치를 변화시키는 기법을 활용하는 전형적인 사진적 프레이밍(framing)의
미학을 여실히 보여준다.
은염 프로세스
마이클 케냐의 사진의 관심사는
오직 스스로 선택한 사진적 표현 양식들을 자신의 감성을 시각화하는 일에 온전히 기여하도록 활용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의 많은 예술가들이 새로운 이야기 거리와 세계에 대한 남다른 해석을 제시하기에 공격적으로 몰두하고 있는 것에 비해,
그는 사진이라는 매체의 고유한 속성에 충실한 자세로, 사진을 자신의 언어로 완벽하게 소화하는 일에 순수하게 몰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 순수성은 전통적이며 수공적인 은염 프로세스(Gelatin silver process)를 통해 빛을 발하고 있다.
흑백사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참으로 아름다운 은입자의 변주는 사진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정제된 물성을 느끼게 한다.
밝음과 어두움만으로 변환된 모노크롬의 세계, 그것은 이상화된 자연이며 신비한 대화의 장이다.
따라서 사진에 찍혀진 장소가 어디이며 그때가 언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진가가 그 장면들을 대한 순간에 느꼈을 내면의 울림, 침묵하는 자연으로부터 얻어낸 은빛의 울림을 함께 들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행복감에 젖을 수 있는 것이다.
나무 사진
동양화 처럼 나무를 찍는 영국 사진가 마이클 케냐는 오랜 시간을 나무 앞에서 침묵한다. 그리고 느낌이 오는 순간 셔터를 누른다.
절제와 단순이 그가 나무를 대하고 표현하는 방식이다.
포토샵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의 움직임과는 차이가 있다.
나무 사진은 가급적 장벽이 되는 요소가 없는 곳을 찾아야 한다.
자연스러운 느낌을 위해 보호곽이 없어야 하고, 배경에 철탑이나 전신주, 그리고 튀는 색깔의 건축물이 없는 대상을 고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나무들은 전국에 산재해 있지만 대부분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나무를 볼 때마다 장소와 수종을 메모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나무는 되도록 단순화하여 찍는 게 상식이다. 필터로 색상을 만들기보다 광선을 이용하여 자연적 색감을 나타나게 하는 것이 좋다.
나무 사진은 정물과 같아서 최적의 앵글을 잡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흑백 톤이 나타나는 동양화처럼 찍으려면 안개 낀 날을 선택하는 것도 요령이다.
나무 사진에 필요한 렌즈는 20mm 이하의 초광각에서 300mm 망원렌즈까지 다양하게 필요하다.
우리에게도 훌륭한 사진가들이 있을 터이지만 안타깝게도 피사체가 되어줄 나무가 주변에 흔치않다.
꼭 사진가들을 위해서가 아니어도 그냥 그대로 살아온 나무들에게 감싸고 씌우는 일을 하지 않는다면 좋겠다.
나무의 보존과 훼손은 꼭 유전자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이것은 사람들의 자연관이 오랫동안 변치 않고 유지될 때 가능하다.
2007년 방한(訪韓) 때 케나가 만든 작품이 '월천리 솔섬'이었다.
흐린 날 오전 삼척의 한 모래톱에 있는 송림을 찍은 이 작품으로 이 소나무숲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후 부근에 LNG기지 건설이 확정됐고, 반대운동이 거세게 일어났으며, 삼척시는 "솔섬은 보존한다"고 했지만, 2010년 11월 현재 주변에서는
공사가 한창이다. 앞으로는 수평선 대신 원통형 가스저장탱크가 배경으로 들어서게 된다.
케나는 "그것참, 그러면 안 되는데…"라고만 했다. 이번에 그는 솔섬을 다시 가서 찍었다.
모셔온 글 [사진과 여행공간 : http://cafe426.daum.net/_c21_/]
케나는 원래부터 여백의 미를 강조했다. 장식적 요소를 배제하고 표현을 최소화하는 사진으로 유명했다. 소나무 한 그루, 설원에 꽂혀진 막대기, 바람 한 점 등 그의 사진에는 늘 여백의 미가 존재한다. 그는 "비유하자면 공연이 끝난 직후의 무대는 비어 있지만 그곳에는 아직 흥분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과 같다"며 "아무것도 없지만 제 사진으로 관객을 초대해 기쁨, 절망 그 어떤 감정도 자유롭게 느끼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그래서 하얀 눈 위의 고목 한 그루를 포착하거나, 안개에 쌓인 중국 황산의 모습을 담은 그의 대표작들은 지극히 동양적이다. 그의 사진들이 지난해 타계한 법정스님의 잠언집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의 배경이 된 것도 그의 이런 작가적 태도 때문이다. "제 사진에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게 나무가 됐든, 눈이 덮인 풍경이 됐든 항상 사람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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