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나 비

조용한ㅁ 2013. 4. 16. 01:19

 

 

 

 

 

 

 

 

 

 

나 비

    온전히 펼쳤다가 접는데 한 생애가 다 걸리는 책이라고 한다
    그 한 페이지는 하늘의 넓이와 같고 그 내용은 신이 태초에 써놓은 말씀이라고 한다
    벌레의 시간과 우화의 비밀이 다 그 안에 있으나 
    장주莊周도 그것이 꿈엣 것인지 생시엣 것인지 알지 못하고 갔다 한다
    그러니 내가 무엇을 더 보태어 말하랴...
    꽃과 더불어 놀고 꿀과 이슬을 먹고 산다 하는 전설도 있다
    지금 내 앞에 페이지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저 책을 보고
    천박하게도 내 곁에 잠시 머물렀다 사라진 한 여자의 생을 떠올리고
    어깨를  들먹이며 잠시 흐느꼈으니
    필시 저 책이 나를 들었다 놓은 것이다

    책이 나를 읽은 것인지도 모른다
    저 책이 얼마나 크고 두꺼운지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이다.




    - 복효근

 

昔者(석자) 莊周夢爲蝴蝶(장주몽위호접)
어느 날 장주(莊周)는 꿈속에서 나비가 되었다.
栩栩然蝴蝶也(허허연호접야)
훨훨 날아 다니는 나비가 되어 즐거울 뿐,
自喩適志與(자유적지여) 不知周也(부지주야)
자기가 장주임을 알지 못하였다.
俄然覺(아연각) 則蘧蘧然周也(즉거거연주야)
얼마 후 문득 꿈에서 깨어보니, 자신은 틀림없는 장주였다.
不知周之夢爲蝴蝶與(부지주지몽위호접여)
그러니 장주가 꿈 속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蝴蝶之夢爲周與(호접지몽위주여)
아니면 그 나비가 꿈을 꾸면서 장주가 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周與蝴蝶(주여호접) 則必有分矣(즉필유분의)
하지만, 장주와 나비는 분명히 뚜렷한 구별이 있다.
此之謂物化(차지위물화)
이를 일러 사물의 변화라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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