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이유理由 2 -- 마종기
-- 귀 아무리 기울여도 들리지 않는 가는 비가 며칠째 내리고 있었다.
나는 그러니까 창문이었겠지. 보라빛 꽃이 안개같이 많이 보이고
비 속에서 그 꽃이 지고 있었다. 나는 문득 튼튼한 사내가 되고 싶었다.
1. 꽃
해늦은 저녁, 병원 뜰에서
꽃에게 말을 거는 사람을 본다.
조용히 건네는 말의 품위가
깨끗하고 거침이 없다.
나도 말을 먼저 했어야 했다.
꽃 하나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는 사람.
꽃에게 말하는 이의 길고 추운 그림자,
저녁의 꽃은 춥고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