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 Rothko(1903-1970), Homage to Matisse
1954, Oil on canvas, 268.3 x 129.5 cm.
마크 로스코의 '마티스에 대한 경의'가 지난 11월 8일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2,240만 달러(약 235억 원)에 팔려 제2차 세계대전 전후 현대미술작품 경매가로는 세계 최고가를 기록하였습니다.
로스코는 미국에서 활동하였으며, '색면 회화'로 유명한 추상표현주의 화가로, 말년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예술가입니다.
1954년에 완성한 이 작품은 앙리 마티스의 '붉은 스튜디오'(1911년)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추상화로, 로스코가 구체적인 제목을 단 유일한 추상화 작품이기도 합니다. 로스코는 이 그림 앞에서 결혼식을 올릴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고 합니다.
- 참고그림
Henri Matisse, The Red Studio
1911, Oil on canvas, The Museum of Modern Arts, New York, NY,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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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신문 기사에 따르면, 이 그림이 미국 뉴욕의 유명 경매장에서 2,240만달러
(한화 약 235억원)에 팔려, 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미술품 경매가로는 최고가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라트비아 태생의 '마크 로스코'라는 화가가 그린
'마티스에 바치는 경의 (Homage to Matisse)'라는 작품이라네요.
그런데, 솔직히 저는 이 작품의 예술성이나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무지한 사람의 시각으로 말하자면, 저희 집 여섯 살 박이의 그림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기까지 하거든요. 하물며 1억이나 2억(이 정도 금액도 사실 큰 것인데)도 아니고
무려 235억원이나 되는 금전 가치에 대해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올립니다. 도대체 이 작품의 예술성이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분들이 보시기에는 이 그림의 어떤 점이 무려
235억원이나 되는 가치를 지녔습니까? 저의 무지한 안목을 깨우쳐 줄 전문적인
답변을 기대합니다.
로드코의 작품은 생각하기에 따라 '아무나 그릴 수 있는 유치한 그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콜롬부스의 달걀세우기, 미국미술의 정통성 제고 등의 명분이 자리잡고 있으며 화랑, 매스컴과 시장경제가 맞물려 폭발적인 경매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로드코는 1940년대에 추상화를 시도합니다. 이전에는 신화적인 소재 등을 유럽의 초현실주의적인 기법으로 추구했습니다. 초현실주의가 에른스트, 미로나 클레 등에 의해 추상화경향으로 나아가면서 로드코 역시 추상화를 붓으로 그리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일단 로드코는 유럽의 초현실주의를 계승한다는 각도에서 정통성을 인정받게 됩니다. 잭슨 폴록이 유럽의 초현실주의를 미국적으로 번안했다고 하는 경우보다는 더 정통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 로드코는 뉴욕 스쿨과 동의어로 해석됩니다. 즉 미국 미술의 정통성을 확보한 셈입니다. 여기에 1945년경부터 체계를 세운 추상화기법이 미국화단에서 미국적 추상의 대세로 인정되기에 이릅니다. '마티스에의 경외'라는 류의 작품이 그러한데요, 이 작품은 잭슨의 뿌리기에 비해 스며들기를 대성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스며들기는 20세기 2/4분기에 피카소, 브라크 등이 이룩한 화면평면화보다 더 진전된 기법으로 미국화단은 자평합니다. 피카소 브라크가 화면에 어떠한 방식으로 그리더라도 물감의 두께 때문에 화면보다 높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절망하여' 신문지 등을 붙인 빠삐에 꼴레, 빠삐에 마슈, 콜라주 등을 창안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면 미국의 화단, 매스컴은 프랑켄탈러, 스텔라, 놀랜드 등에 의해 기법적으로 촉발되고 로드코에 의해 정신적으로 완성된 기법이야말로 화면 속으로 배어 들어가니까 화면=세계의 완전한 일치를 이룬 것이라는 자화자찬이라 할 수 있습니다.
로드코 자신은 자신의 그림에 대하여 설명하기를 거부하는데, "말이라는 것은 보는 사람의 마음과 상상력을 마비시키기 때문에 침묵이 더욱 확실한 답이 된다" 고 말한 바 있습니다. 영문은 아래 작품의 해설입니다.
Rothko largely abandoned conventional titles in 1947, sometimes resorting to numbers or colors in order to distinguish one work from another. The artist also now resisted explaining the meaning of his work. "Silence is so accurate," he said, fearing that words would only paralyze the viewer's mind and imagination.
Mark Rothko, Untitled,1949, National Gallery of Art, Gift of The Mark Rothko Foundation, Inc., 1986.43.138
덕분에 보는 사람은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로드코의 작품 앞에서 무한한 정일, 조용한 평화 등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신비화의 과정 역시 작품가를 높이는데 한 몫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로드코는 서양미술사라고 우리가 부르는 세계미술의 정통성을 업고 세계 초강국인 미국미술의 자존심을 고양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은 셈입니다.
이러한 전제하에서 미술작품 가격형성의 메카니즘을 음미해보시죠. 일단 미술품은 공산품과는 다르고, 예술가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원시시대부터의 통념에서 시작하시는 것이 비교적 접근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입니다.
미술에서의 작품가격은 원론적으로 유일성을 근거로 작품성, 미술사에서의 공헌도, 작가의 지명도 등을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이 경우, 미술사의 콘텍스트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는 객관성이 유지됩니다.
이를테면 작품성은 공인된 성취도, 내용과 사상의 심화, Dexterity, 즉 솜씨까지를 포함하는 기술, 작품의 보존성 등이 고려됩니다.
미술사에서의 공헌도는 이 작품이 미술사의 큰 흐름을 승계, 발전, 개혁했는가를 진단합니다. 이 경우에는 작가자신의 역량이나 예술성과 함께 이론가-평론가, 미술사가 등의 사적, 공적인 발언, 논문, 저술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지명도는 사람들이 얼마나 이 작가를 알고 있느냐의 척도인데, 일단 개론서, 혹은 교과서에 단답형으로 사조의 대변자, 또는 어떤 작품의 작가 등으로 평가될 때는 기본 지명도가 확보된 셈입니다. 나아가 전문학술서적이나 논문 등에서 심도있게 그리고 빈번하게 다루어지되 일반교양서, 잡지, 방송, 일간지 등에서 심심챦게 소개된다면 대중적인 지명도가 확보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정석입니다. 비유하자면 대수함수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조건에서 작품가격을 매긴다면-로드코의 마티스에의 경외는 재료비(캔버스+물감+붓+린시드+터펜타인 등)의 가격+시간수당(미국 노동자의 시간당 예를들어 10달러)+미술에 바친 시간(비전공+전공+학교, 작가로서의 투자, 창고나 스투디오 유지비 등)+지명도를 높이기 위한 시간과 돈(전시회, 화랑과의 교섭, 인터뷰, 교사활동, 사회단체나 미술그룹참여활동 등) + 사회보장성 기금조성(노후대책, 화업전담보장금) 등이 고려될 것입니다.
여기에 이론가, 소설가, 영화감독, 기자 등이 개입되면 초월함수, 혹은 누진함수의 세계로 진입합니다. 대중들이 익숙한 사생활, 미술적인 행위, 비사교적 혹은 괴팍한 성격 등과 함께 그 인간의 순수성, 예술에의 열정 등이 집중적으로, 반복적으로 대중에게 세뇌되면 대중의 머리 속에는 누구누구=>순수한 인간=>삶을 불살라 예술에 바친 등등의 수식어에 이어 위대한 예술가라는 등식이 성립됩니다. 이 상황이 진행되면 초기 대수함수로 산출된 작품가는 제곱, 세제곱 혹은 x제곱으로 상승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화랑과 매스컴이 조직적으로 작용하면서 실물경제와 투기까지 개입이 되면 작품가는 적분함수의 세계로 진입합니다. 화랑은 특정작가의 발굴, 개발, 지명도제고 등의 모든 경비를 환수하기 위해 부지런히 홍보, 전매, 부가가치 창출의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 모든 과정은 매스컴 자체의 개입, 혹은 화랑과의 조직적 연계, 미술이론가 등의 유기적 협조가 이루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작품의 전매차익이 이루어집니다. 차익이 클 수록 작품소장가와 화랑은 물론, 경매 등을 통한 소장가의 브랜드 밸류가 높아지므로 적극적인 유통시장이 형성됩니다. 그래서 초기 작품가는 x제곱의 가격으로 상승했다가 n제곱, 혹은 아인슈타인의 공식 E=mc2처럼 폭발적인 가격으로 경매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공식도 플로토늄이라는 원료와 원폭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 경제력이 없으면 폭탄으로 기능할 수 없듯이 미국이라는 조직사회, 거대경제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작품가의 초월함수와 적분함수는 가능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출처 : 본인의 글 + http://www.nga.gov 의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