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오늘의 커피 윤 성 택

조용한ㅁ 2014. 7. 4. 10:41

 

 

오늘의 커피

 

                    윤  성  택

 

갓 내린 어둠이 진해지는  경우란

추억의 온도에서뿐이다

 

커피향처럼 저녁놀이 번지는 건

모든 길을 이끌고 온 오후가

한때 내가 음미한 예감이었기 때문이다

 

식은 그늘 속으로 어느덧 생각이 쌓이고

다 지난 일이다 싶은 별이

자꾸만 쓴맛처럼 밤하늘을 맴돈다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 해도 우리는

각자의 깊이에서

한 그루의 플라타너스가 되어

그 길에 번져 있을 것이다

 

공중에서 말라가는 낙엽 곁으로

가지를 흔들며 바람이 분다

솨르르 솨르르 흩어져내리는 잎들

가을은 커피잔 둘레로 퍼지는 거품처럼

도로턱에 낙엽을 밀어보낸다

 

찬 한 대 지나칠 때마다

매번 인연이 그러하였으니

한 잔 그늘이 깊고 쓸쓸하다

 

 

'아름다운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래된 가을 /천양희   (0) 2014.07.20
인생은 혼자라는 말밖에 / 조병화  (0) 2014.07.08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0) 2014.07.03
그것을 후회하기 위하여&라면을 끓이며  (0) 2014.07.01
벽 / 나호열  (0) 2014.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