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어처구니가 산다 / 천양희

조용한ㅁ 2015. 1. 5. 02:05

 

 

어처구니가 산다 / 천양희

 

나 먹자고 쌀을 씻나

우두커니 서 있다가

겨우 봄이 간다는걸 알겠습니다

꽃 다 지니까

세상의 삼고 (三苦)가

그야말로 시들시들합니다

 

나 살자고 못할 짓 했나

우두커니 서 있다가

겨우 봄이 간다는걸 알겠습니다

잘못 다 뉘우치니까

세상의 삼독(三毒)이

그야말로 욱신욱신합니다

 

나 이렇게 살아도 되나

우두커니 서있다가

겨우 봄이 간다는걸 알겠습니다

욕심 다 버리니까

세상의 삼충(三蟲)이

그야말로 우글우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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