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연인들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어느 날 문득 애인과 밥을 먹다가
그의 쩝쩝거리는 소리를 참을 수 없어 이별통보를 했다는 선배에게 물었다.
그럼 그 버릇을 고치라고 하지 그랬어요?
정말 심플하고 건조하게 선배가 말했다.
사람은 안 변해.
그런데 처음엔 그게 신경이 안 쓰였어?
눈에 콩깍지가 쓰인 거지. 안보였어.
그가 그렇게 쩝쩝대며 밥을 먹는지 안보이더라.
참 이상하지? 몇 년을 만났는데 몰랐어.
그가 첨과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는데.
사람은 변하지 않았는데, 사랑은 변하더라.
- 바람이 불어, 널 이별해 中 / 김현희
무심코 지나친 담장너머
붉게 타오르는 장미
농염한 자태로 유혹하는
강렬한 눈빛 좀 봐
끌림이란 바로 이런 것
피할 수 없는 절정의 중심에
한순간 눈을 떼지 못해
네게 가는
가장 아름다운 길
자신을 조율할 수 없어
물오른 달밤에 찾고픈
그래서 더욱 간절한
보내지 못한 마지막 연서 같은
아, 집요하게 가슴 속 파고들어
떨치지 못해
중독되어 버린
그 무엇
- 끌림 / 김경숙
당신을 사랑해도 되겠습니까?
굳이 당신에게 물어볼 건 없지만
나 혼자서 당신을 사랑하고,
나 혼자서 행복해 하고,
나 혼자서 아파하고 그리워하면 그뿐이겠지만
내 허전한 마음이 당신에게 물어보라는군요
당신을 사랑해도 되겠습니까?
당신이 허락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당신을 이미 사랑하는 나는
당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당신을 만났다가
하루에도 수백 번씩 당신과 이별하곤 합니다
당신의 대답도 있기 전에
벌써 당신을 사랑하고만 나를 용서해 주세요
행여 당신에게 짐이 되진 않을까,
내 성급하고 서툰 사랑에 당신이 곤란하지는 않을까
늘 걱정스럽긴 해도 그것만 허락해 주세요
당신을 사랑하게만,
당신을 내 마음에 간직하게만
당신을 사랑합니다
비록 가까이 있진 않지만
설혹 당신이 모르고 있다 할지라도
나는 사랑하겠습니다
이 세상 수많은 사람 중 바로 당신을
- 먼 발치에서 / 이정하
길을 잃고 나서야 나는
누군가의 길을 잃게 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떤 개미를 기억해내었다
눅눅한 벽지 위 개미의 길을
무심코 손가락으로 문질러버린 일이 있다.
돌아오던 개미는 지워진 길 앞에서 두리번거리다가
전혀 엉뚱한 길로 접어들었다
제 길 위에 놓아주려 했지만
그럴수록 개미는 발버둥치며 달아나버렸다
길을 잃고 나서야 생각한다
사람들에게도
누군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냄새 같은 게 있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인연들의 길과 냄새를
흐려놓았던지, 나의 발길은
아직도 길 위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 길 위에서 / 나희덕
굳이 숨겨야 하는 사랑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지워버리는 게 낫습니다.
사랑한다고 말도 못하고 감추는 동안 당신 스스로가 받을 상처를 그 사람은 절대 치유해줄 수 없기에.
- 러브, 게임의 법칙 中 / 이지민
너무 무거우면 떨어뜨려야지
수다와 수사
수염과 수컷
수사 붙은 모든 것은 다
떨어뜨려야지
군살은 빼고, 지용의 시처럼
딴딴한 참살만 남게 해야지
머뭇머뭇하다가도 거기서 행을 바꿔
말을 덜고 말을 달래듯
너무 무거우니까
보라,
이별도 슬픔도 다 솎아내고
겨울에
마지막 하나 남은
저 잎새
- 너무 무거우니까 / 김춘수
잘 헤어질 남자를 만나라,
어떤 사람을 만나거든 잘 살펴봐.
그가 헤어질 때 정말 좋게 헤어질 사람인지를 말이야.
헤어짐을 예의바르고 아쉽게 만들고 영원히 좋은 사람으로 기억나며
그 사람을 알았던 것이 내 인생에 분명 하나의 행운이었다고 생각될 그런 사람.
-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中 / 공지영
꽃이라 부르니 열매를 주셨지요
열매라 반기니, 바닥까지 주시나요
- 이별 / 이정록
말로는 그랬다
사랑은 지는 것이라고
지고서도 마음 편한 것이라고
그러나 정말로 지고서도
편안한 마음이 있었을까?
말로는 그랬다
사랑은 버리는 것이라고
버리고서도 행복해 하는 마음이라고
그러나 정말 버리고서도
행복한 마음이 있었을까?
- 나의 사랑은 가짜였다 / 나태주
흔히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 것이,
이상형을 찾은 다음 절벽 끝에서 발을 떼며
그 다음 일은 중력에 내맡겨야 하는 과정인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수많은 이들에게 사랑이란 이상형에 비슷한 사람을 찾은 후
두 사람이 함께할 만한지 헤아리려는 시도에 더 가깝다.
한마디로 말해 사랑에는 두 종류가 있을지 모른다.
거부할 수 없는 사랑과, 마침내 받아들이게 되는 사랑.
관계의 지속성 측면에서 보면 둘 중 어느 쪽이 더 장밋빛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서로 죽고 못 살 만큼 뜨겁던 커플이 결혼 이 년이나 오 년 만에 무참히 어긋나는가 하면,
몇 년이 지나도록 결정을 질질 끌며 고심한 커플이 평생토록 행복하게 사는 사례도 많다.
첫 번째 유형에 해당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현재 사랑을 철석같이 믿고,
두 번째 유형에 해당하는 이들은 그렇지 못할 뿐이다.
그래서 이들은 장단점을 저울질하고 끊임없이 이야기하면서 다른 사람의 지도를 구한다.
- 모던 러브 中 / 대니얼 존스
안그래도 보고 싶어 죽겠는데
전화벨만 울려도
눈물이 날 것만 같은데
- 비까지 오다니 / 원태연
그대의 사랑이 진실하기를 원하여라.
누군가를 사랑하려거든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무것도 바라지 말라.
누군가를 진정으로 위하려거든 그를 위하여 자신이 지닌 가장 소중한 것들을 내어주어라.
누군가를 영원히 사랑하고 싶거든 그에게 가장 진실하고 가장 순수한 사랑을 베풀어주어라.
진실한 사랑은 그 무엇도 거스를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평안과 행복으로 충만하게 만들 것이다.
- 미치도록 아프거든 사랑으로 치유하라 中 / 백정미
사랑 있는 곳에 사랑으로 다가간다
눈치도 보고 얌전도 피우면서
관심을 끌려고 별궁리를 다한다
사랑을 느끼면 체면도 없어지고
생각도 없이 가까워지려 한다
마음뿐 아니라 얼굴도 손도 가까워진다
누가 보거나 말거나 내 좋을 대로 해
보는 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미안한 마음은 조금도 없고
무관심 속에 철면피가 된다
사랑하게 되면 콩깍지가 씌어
현상은 보이지 않고 꿈꾸는 이상만 보여
낭만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사랑할 때는 버릴 것이 없지만
석별의 정이 도사리고 있다
- 사랑할 때 / 백원기
아직 잠겨 있구나.
정적은 또 악몽처럼 뒤틀리고
나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세상 모든 것이 고요한데
내 마음은 쉬는 법을 잊었나 보다.
한동안 말을 잃었던 자물쇠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바보 같군.
잠겨 있다는 건 열리기도 한다는 거야.
- 밀밭신드롬 中 / 서재근
사랑은 항상 늦게 온다 사랑은 생 뒤에 온다
그대는 살아 보았는가 그대의 사랑은 사랑을
그리워하는 사랑일 뿐이다 만일 타인의
기쁨이 자기의 기쁨 뒤에 온다면 그리고
타인의 슬픔이 자기의 슬픔 뒤에 온다면
사랑은 항상 생 뒤에 온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생은 항상 사랑 뒤에 온다
- 사랑의 꿈 / 정현종
당신의 사랑에 조금이라도 진심이 있었다면 더이상 상대방을 흔들지 마세요.
그 사람에게 과거 이야기를 털어놓는 순간 당신의 마음은 편해졌을지 모르지만,
그의 마음에선 지옥이 시작될 테니까요.
아무 미련도 남지 않도록, 독하게 놓아주는 것이 지난 사랑에 대한 최선일 겁니다.
- 러브, 게임의 법칙 中 / 이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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