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배를 매며 - 장석남

조용한ㅁ 2015. 2. 21. 10:51

 

 

배를 매며 - 장석남  

 

아무 소리도 없이 말도 없이
등뒤로 털썩
밧줄이 날아와 나는
뛰어가 밧줄을 잡아다 배를 맨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배는 멀리서부터 닿는다


사랑은,
호젓한 부둣가에 우연히,
별 그럴 일도 없으면서 넋 놓고 앉았다가
배가 들어와
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것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배를 매게 되는 것


잔잔한 바닷물 위에
구름과 빛과 시간과 함께
떠 있는 배


배를 매면 구름과 빛과 시간이 함께
매어진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사랑이란 그런 것을 처음 아는 것


빛 가운데 배는 울렁이며
온종일을 떠 있다.

 

*Y-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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