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맨발 가르멜 수도원에서 종신서원식을 하고 있는 유스티나 수녀의 모습이 격자창 너머로 보인다. 봉쇄수도회이기 때문에 수녀들은 미사 때도 제대 옆에 따로 마련된 곳에서 봉헌한다. |
유스티나 수녀가 하느님께 온전한 순명을 약속하는 의미에서 제대 앞에서 엎드리는 예절을 하고 있다. |
그러나 십자가와 제대 앞에서 온전히 바닥에 엎드려 '하느님께 순명'을 약속하는 종신서원 예절을 할 때는 사람들 앞에 잠시 나와 모습을 보여 주었다.
종신서원식과 미사가 끝난 후 가족과 친지 첨석자들과 인사를 나누던 유스티나 수녀는 사람들의 질문에 대해 "나의 모든 것과 존재는 하느님만 아시는 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며 극구 사양했다.
다만 신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에 대해서는 "하느님이 정말 자애로운 아버지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을 너무 사랑하시기 때문에 소화 데레사처럼 어린이가 되어 모든 것을 그 분께 맡겨드리는 것이 가장 좋다"며 "그러기 위해서 그 분의 사랑을 내가 먼저 느끼게 해달라는 기도를 우리 모두가 자주 청했으면 좋겠다"며 간절하게 말했다.
유스티나 수녀는 이날 종신서원을 마지막으로 세상과 출입을 하지 않고 수도원에서 완전 봉쇄된 생활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유스티나 수녀가 있는 수도원에는 현재 14명의 수녀들이 생활하고 있다. 입회 연령제한은 45세. 현재 이 수도원에서 가장 '젊은 수녀'는 51세이다.
■ 맨발 가르멜 수도회란
‘가르멜’의 의미는 포도밭, 비옥한 땅을 뜻한다. 가르멜산은 팔레스티나 지역에 있는 산으로 성서적 기원은 구약성서에서 예언자 엘리야가 ‘세상을 멀리 떠나…숨어 지내며’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은수자 생활을 한 곳.
십자군 전쟁이 끝난 후 사람들이 세상을 걱정하면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가르멜산으로 모여 자신을 성모님께 봉헌하고 은수자적 삶을 살기 시작했고 계속 은수자들이 모여 들었다. 13세기 교황이 이들에게 규칙서를 주면서 은수정신과 사도직을 실천하는 수도회로 최종 승인했다.
15세기 흑사병이 돌자 단식과 엄격한 생활을 해 온 은수자들이 병으로 생명을 많이 잃는 것을 염려, 규칙을 완화시켰다.
16세기 초에 스페인 아빌라의 데레사 수녀가 다시 원래의 엄격한 규칙서로 생활하던 수도회로 돌아가자며 가르멜 수도회를 개혁,설립된 것이 바로 맨발 가르멜 수도회다. 이때 맨발이 의미하는 것은 세상의 모든 집착을 떠난다는 뜻이다.
맨발 가르멜 수도회의 수도자들은 실제 맨발로 지내는데 건강상태에 따라서 강제 조항은 아니다. 현재 남자 가르멜 수도회, 여자 가르멜 수도회, 재속 가르멜 수도회(일반 신자)로 구성되어 있다.
글.사진 김인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