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저녁 노을/ 이해인

조용한ㅁ 2015. 3. 10. 23:14

 

 

저녁 노을/ 이해인

있잖니, 꼭 그맘때
산 위에 오르면
있잖니, 꼭 그맘때
바닷가에 나가면
활활 타다 남은 저녁놀
그 놀을 어떻게
그대로 그릴 수가 있겠니.

한번이라도 만져보고 싶은
한번이라도 입어보고 싶은
주홍의 치마폭 물결을
어떻게 그릴 수가 있겠니.

혼자 보기 아까와
언니를 부르러 간 사이
몰래 숨어버리고 만 그 놀을
어떻게 잡을 수가 있겠니.

그러나 나는
나에게도 놀을 주고
너에게도 놀을 준다.

우리의 꿈은 놀처럼 곱게
타 올라야 하지 않겠니.
때가 되면 조용히
숨을 줄도 알아야 하지 않겠니.

 

 

 

 

 

 

'아름다운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 김용택 詩   (0) 2015.03.30
달빛편지  (0) 2015.03.27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과거가 있단다  (0) 2015.03.09
나를 위로하는 날 / 이해인   (0) 2015.03.08
안부/김시천  (0) 2015.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