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노을/ 이해인
있잖니, 꼭 그맘때
산 위에 오르면
있잖니, 꼭 그맘때
바닷가에 나가면
활활 타다 남은 저녁놀
그 놀을 어떻게
그대로 그릴 수가 있겠니.
한번이라도 만져보고 싶은
한번이라도 입어보고 싶은
주홍의 치마폭 물결을
어떻게 그릴 수가 있겠니.
혼자 보기 아까와
언니를 부르러 간 사이
몰래 숨어버리고 만 그 놀을
어떻게 잡을 수가 있겠니.
그러나 나는
나에게도 놀을 주고
너에게도 놀을 준다.
우리의 꿈은 놀처럼 곱게
타 올라야 하지 않겠니.
때가 되면 조용히
숨을 줄도 알아야 하지 않겠니.
'아름다운글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 김용택 詩 (0) | 2015.03.30 |
---|---|
달빛편지 (0) | 2015.03.27 |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과거가 있단다 (0) | 2015.03.09 |
나를 위로하는 날 / 이해인 (0) | 2015.03.08 |
안부/김시천 (0) | 2015.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