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가 산다
천양희
나 먹자고 쌀을 씻나
우두커니 서 있다가
겨우 봄이 간다는 걸 알았습니다
꽃 다 지니까
세상의 三苦가
그야말로 시들시들합니다
나 살자고 못할 짓 했나
우두커니 서 있다가
겨우 봄이 간다는 걸 알겠습니다
잘못 다 뉘우치니까
세상의 三毒이
그야말로 욱신욱신합니다
나 이렇게 살아도 되나
우두커니 서 있다가
겨우 봄이 간다는 걸 알겠습니다
욕심 다 버리니까
세상의 三蟲이
그야말로 우글우글합니다
오늘밤
전갈자리별 하늘에
여름이 왔음을 알립니다
三蟲
세 마리가 한 쌍으로서 인간의 단전 세 곳에 기생하여 살면서 인간 숙주의 감각·사고·감정의 세 가지 주요정보를 읽고 저장하며 사람의 정기를 취하며 살아간다. 삼충은 신들이 인간들에게 감염시킨 선계의 기생충으로서 스파이와 같은 역할을 한다. 모든 인간은 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이 삼충의 숙주가 되며 뱃속에 잉태한 아이들은 이 기생충의 알에 전염된다. 삼충은 일정한 때가 오면 사람이 잠든 사이 몸밖으로 나온다. 그것은 마치 혼백이 몸을 빠져나오는 것과 같다. 하늘에 오른 삼충은 숙주로 삼은 자의 그간 행적을 천제(天帝)에 고해 바치고 수집해온 증거를 내민다. 이것을 통해 천제는 사람의 잘잘못을 가려 명부에서 그 수명을 단축한다. 따라서 삼충이 하늘에 오르는 특정한 날에 잠을 자지 않으면 천수를 누릴 수 있다는 풍습을 낳게 했다. 거름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은 법인지라 이 때를 가려 잠을 자지 않기를 수 차례하고 기를 운행하여 단전을 뚫고 음식을 가리고 각종 약을 이용하면 박멸할 수 있다고 한다. 중국의 도교 신선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나 우리나라 고려시대에 이 삼충을 피하기 위한 기간이 실제로 있었다고 전해진다. ☞ 동서양 신화적 상징의 집합체인 영화 <매트릭스> 1편에서, 스미스 요원에 의해서 네오의 속에서 기생하게 된 기계충은 이 삼충에서 힌트를 얻은 것. 네오의 몸에서 기계충이 들어간 곳은 배꼽으로서 감독이 '단전'을 배꼽 부근으로 해석했음을 알 수 있다.
三毒
[
괴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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