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지운다
허형만
수첩에서 이름을 지운다
접니다. 안부 한 번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전화번호도 함께 지운다
멀면 먼대로
가까우면 가까운대로
살아생전 한 번 더 찾아뵙지 못한
죄송한 마음으로 이름을 지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몸이 먼저 아는지
안경을 끼고도 침침해 지는데
언젠가는 누군가도 오늘 나처럼
나의 이름을 지우겠지
그 사람, 나의 전화번호도
함께 지우겠지
별 하나가 별 하나를 업고
내 안의 계곡 물안개 속으로 스러져가는 저녁
'아름다운글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 월 / 김 용 택 (0) | 2015.06.11 |
---|---|
저도 촌놈이면서 (0) | 2015.06.07 |
중심이라고 믿었던 게 어느 날 (0) | 2015.06.01 |
봄날 옛집에 가다 (0) | 2015.05.17 |
허 공 꽃 / 김 재 진 (0) | 2015.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