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않은 편지
그대 죽어 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푸른 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이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
언 땅에 그대 묻고 돌아오던 날
산도 강도 뒤따라와 피울음 울었으나
그대 별의 넋이 되지 않아도 좋다
잎새에 이는 바람이 길을 멈추고
새벽이슬에 새벽하늘이 다 젖었다
우리들 인생도 찬비에 젖고
떠오르던 붉은 해도 다시 지나니
밤마다 인생을 미워하고 잠이 들었던
그대 굳이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부치지 않은 편지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또 기다리는 편지
또 기다리는 편지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 하였습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길에 뜨면
사랑과 어두움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를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은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그늘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 했습니다.
시: 정호승
음: 남택상, 회상.
이미지: 조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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