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쓸쓸한 편지 정호승

조용한ㅁ 2015. 10. 19. 12:30


    
     
    쓸쓸한 편지
     - 정호승
    오늘도 삶을 생각하기보다 
    죽음을 먼저 생각하게 될까봐 두려워라 
    세상이 나를 버릴 때마다 
    세상을 버리지 않고 살아온 나는 
    아침 햇살에 내 인생이 따뜻해질 때까지 
    잠시 나그네새의 집에서 잠들기로 했다 
    솔바람 소리 그친 뒤에도 살아가노라면 
    사랑도 패배할 때가 있는 법이다 
    마른 잎새들 사이로 
    얼굴을 파묻고 내가 울던 날 
    싸리나무 사이로 어리던 너의 얼굴 
    이제는 비가 와도 
    마음이 젖지 않고 
    인생도 깊어지면 
    때때로 머물 곳도 필요하다 

Over on The Autumn Road /T.S.Nam 

'아름다운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백꽃 유서 - 이애정  (0) 2015.12.03
몰약처럼 비는 내리고 / 나희덕   (0) 2015.11.15
부치지 않은 편지   (0) 2015.10.19
나 돌아간 흔적 / 조병화  (0) 2015.10.17
누가 말했을까요 / 천양희   (0) 2015.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