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마종기

길 - 마종기

조용한ㅁ 2016. 11. 3. 02:02

      

    
     
    길 - 마종기
    
    높고 화려했던 등대는 착각이었을까
    가고 싶은 항구는 찬비에 젖어서 지고
    아직 믿기지는 않지만
    망망한 바다에도 길이 있다는구나
    같이 늙어 가는 사람아
    들리냐
    바닷바람은 속살같이 부드럽고
    잔 물살들 서로 만나 인사 나눌 때
    물안개 덮인 집이 불을 낮추고
    검푸른 바깥이 천천히 밝아왔다
    같이 저녁을 맞는 사람아
    들리냐
    우리들도 처음에는 모두 새로웠다
    그 놀라운 처음의 새로움을 기억하느냐
    끊어질 듯 가늘고 가쁜 숨소리 따라
    피 흘리던 만조의 바다가 신선해졌다
    나는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몰랐다
    거기 누군가 귀를 세우고 듣는다
    멀리까지 마중 나온 바다의 문 열리고
    이승을 건너서 집 없는 추위를 지나서
    같은 길 걸어가는 사람아
    들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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