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마종기

나를 사랑하시는 분의 손길 - 마종기

조용한ㅁ 2016. 11. 3. 02:12

                                

     
    나를 사랑하시는 분의 손길 - 마종기   
    내가 마침내
    세상살이의
    긴 여정을 끝내고
    하느님 앞에 서면
    그분은 물으시겠지.
    그간 무엇을 하며 살았느냐고---.
    나는 주머니 속에
    소중히 모아온 것들을
    보여드리겠지.
    지워져 가는 노트장의 시구절,
    시든 꽃잎,
    자갈돌,
    추억의 사진---.
    그 아름답던 세상 것들이
    어쩌면 이렇게 초라해 보일까
    부끄러워할 즈음,
    하느님은 웃으며 말씀하실까?
    그래도 열심히 살았구나.
    가진 것들이 모두 보기 좋다.
    그리고 특히
    여기까지
    길을 잃지 않고 온 것이
    제일 기특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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