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畵 · ‘누드화 vs 종교화’ / 가곡 ‘가고파’ |
▲ 구로다 세이키(黑田淸輝,Kuroda Seiki,1866~1924)의 ‘지(智), 감(感), 정(情)’, 1899년 | |
‘지 (智), 감(感), 정(情)’ 은 佛畵 (불화)다? - 누드화 vs 종교화, 과연 그림의 실체는?! 서로 다른 자세를 취한 세 여인의 누드가 사실적으로 묘사된 작품, <지(智), 감(感), 정(情)>. 삼면화 형식을 취한 <지(智), 감(感), 정(情)>은 일본 근대 미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구로다 세이키(黑田淸輝, 1866~1924)’ 의 작품 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데.. 바로, <지(智), 감(感), 정(情)> 에서 佛畵(불화)의 흔적이 엿보인다는 것!! 즉, <지,감,정>을 제작할 때 불화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불화에서 사용하는 금니(金泥; 금가루, 금물 등의 재료를 사용해 불화를 그림)를 이용한 배경이 첫 번째 증거. 그리고 인물들의 윤곽선에 두드러지는 붉은 선 또한 불화의 주선(朱線)과 흡사한데 … 금니(金泥)는 화려한 느낌의 불화를 그릴 때 쓰는 기법 중 하나. 주선(朱線; 불화에서 인물의 외곽선을 표현하는 붉은 선). <지(智), 감(感), 정(情)>은 구로다 세이키(黑田淸輝)가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Paris Exposition Universelle de 1900, Paris World’s Fair)를 염두에 두고 그린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에서 유학을 했던 구로다 세이키는 세계에 일본 미술을 알리고 싶어 했다. 하지만 서양 미술계에서 동양의 풍속화는 인정받지 못했다. 동양의 그림 중, 그나마 우위에 있었던 것은 종교화와 역사화. 그렇다면 혹시 구로다 세이키는 일본 미술을 알리기 위한 장치로 누드화에 불화의 요소를 녹여낸 것은 아닐까.. <지(智), 감(感), 정(情)>에 얽힌 진실을 파헤쳐본다!
〈智, 感, 情〉작품 제목의 유래와 덴신의 메모에 관하여
1897년 백마회에서 처음으로 발표되어, 이후 1900년《파리 만국박람회》에도 출품되었던 구로다 세이키(黑田淸輝)의 기념비적 작품〈지ㆍ감ㆍ정〉은 등신대보다 약간 더 큰 나부 3인이 금지를 배경으로 각기 특징적인 포즈를 취하여 완성된 유채화이다. 그러나 근대 일본미술사상 획기적인 작품으로 간주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지ㆍ감ㆍ정〉에 관한 밑그림과 1차 자료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아 그 주제는 지금까지도 명확하지 않다.<BR> 그러나 이 작품이 그려졌던 무렵, 구로다가 그린 이 세 여인의 전례 없는 조합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남기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사상가이자 미술비평가이기도 하였던 오카쿠라 덴신(岡倉天心)으로 그는 자신의 노트에 ‘지’, ‘감’, ‘정’ 의 문자를 남겼으며, 게다가 이들을 각기 영어로 ‘철학’, ‘미술’, ‘종교’ 의 문자와 병렬시키고 있었다. 양화가인 구로다와, 일본의 전통적 회화의 옹호자로 알려져 있는 덴신이 친밀하게 교류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동경미술학교에 서양화과가 새롭게 설치되었을 때 구로다를 교사로서 맞이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수행한 사람이 미술학교 교장으로 있었던 덴신이었다 |
▲ 구로다 세이키(黑田淸輝, 1866~1924)의 「湖畔」(Lakeside, Seated Woman). 어딘가 먼 곳을 응시하는 ‘파란 키모노의 여성’ 그 뒤로는 평온한 수면이 펼쳐지고, 숲 건너편에는 산등성이들이 이어지고 있다. 호수가에 앉은 여성은, 자연스럽게 묶은 머리에 소박한 빗과 비녀를 꽂고 있다. 옷깃을 느슨하게 여민 키모노는 물빛에 하얀 파도를 연상시킨다. 호수를 건너오는 바람을 느끼는 여성은, 가을 풀 모양의 부채를 든 손을 문득 멈춘듯하다. 불안과 그늘을 품은 그 표정이 인상적이다. 그녀를 그린 화가는 구로다 세이키. 복잡한 그녀의 감정을 깊은 곳까지 응시하고 있는 것으로부터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애정같은 것을 느낄 수 있는 듯하다. 이 호수는, 피서지 유명한 하코네의 호수다. 1897년 8월 구로다 세이키(黑田淸輝)는 훗날 부인이 되는 여성과 이 곳을 방문했다고 한다. 부인의 회상에 의하면, 호수에서 스케치를 하고 있던 그는, 곁으로 다가 온 그녀에게 「거기 바위에 걸터 앉아 주어. 좋아, 내일부터 그걸 공부할테야」 라고 말했다 한다. 완성 까지 1개월을 들인 「湖畔」은, 습작에서 멈추지 않고 본격적인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당시, 그의 가족의 결혼반대로, 불안에 흔들리고 있던 그녀의 마음까지 비춰지고 있는 듯 하다. | |
▲ 라파엘 콜랭(Raphael Collin,1850~1916)의 「청춘, 1809」Adolescence 캔버스에 유채, 81.9 x 59.8 cm 랭스(Reims) 미술관. 라파엘 콜랭의 화풍은 절충적인 인상파의 기법을 쓰고 있으며 이를테면 아카데믹한 것과 인상파적인 빛의 처리를 혼합시킨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라파엘 콜랭의 `청춘`. 햇빛이 화사하게 비치는 야외에서 머리를 틀어올린 소녀가 한손으로 햇살이 부담스러운듯 이마를 가리고 한손은 파랑색 민소매 원피스의 한쪽 어깨 끈을 내려 가슴을 드러낸 화사한 그림이다. 인상주의 화풍의 아름다운 이 그림이 한국 서양화의 뿌리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이 화가를 통해 본격적인 서양화가 이 땅에 처음 들어온 것이다. 프랑스 화가 콜랭은 일본 동경미술학교의 태두인 구로다 세이키(黑田淸輝)가 사사한 화가. 구로다(黑田淸輝)는 1910년대 국내 서양화의 효시인 고희동(1886~1965)을 비롯, 김관호, 김찬영, 이종우, 나혜석이 동경유학시절 사사한 인물이다. 구로다가 콜랭에게서 습득해 들여온 화풍은 아카데미즘에 야외의 빛을 중시한 인상주의를 절충한 것. 말하자면 야외의 빛을 수용하는 일본의 외광파적 아카데미즘이 당시 일본에 유학해 서양화를 배우기 시작한 한국서양화 1세대들에게 그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1910년대 작가들에서 보여지는 정취적 소재주의, 화사한 외광적 묘사, 한가로운 인물화 등은 바로 이런 맥락으로, 라파엘 콜랭의 작품이 일견 눈에 익어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 당시 한국화단의 인상주의는 인상주의의 근본개념에 대한 명확한 이해없이 일본을 통해 그대로 받아들인 흉내내기에 불과했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런 양상은 1930년대까지 이어지다 오지호 등 프랑스 인상주의화풍에 직접 영향을 받은 화가들이 나타나면서 한국적 인상파를 정립하게 된다. 콜랭의 `청춘`이란 작품은 "한국근대화가 서양미술의 흐름속에서 어느 지류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의미있는 작품" 이라고 설명했다 | |
가곡 ‘가고파’는 2부작이다?! - 41년 후에 <가고파> 후편이 탄생한 사연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애절하게 표현된 가곡, <가고파>. <가고파>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가곡 중 하나로 이은상의 시조에 김동진(金東振 1913~2009)이 곡을 붙여 완성했다. 그런데, 사실 <가고파>는 2부작이라는데.. 김동진이 1933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가고파> 외에 <가고파 후편>이라 불리는 또 다른 곡이 있다는 것. <가고파 후편>은 <가고파> 10수 중, 전편을 제외한 나머지 6수에 곡을 붙여서 완성한 가곡이다. 그런데 후편이 발표된 시기는 1973년. 전편 발표 후, 햇수로 무려 41년 뒤다. 여기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전편 작곡 후, 전편 성공에 대한 부담감에 쉽게 나머지 6수에 곡을 붙이지 못했던 김동진. 하지만 그는 후편 작곡을 평생의 숙제처럼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마산 가고파 시비 제막식에서 <가고파> 10수가 적힌 시비를 보고 자극을 받은 김동진. 때마침 이은상의 고희 기념 가곡회로부터 공식적으로 후편 작곡을 의뢰 받은 그는 본격적으로 작곡에 몰두한다. 그리고 얼마 후 완성된 <가고파 후편>. 애절하게 시작하는 <가고파 전편>과는 달리 경쾌한 느낌의 <후편>은 전편 못지않은 환호를 받았는데.. 우리 민족의 정서를 고스란히 반영한 가곡 <가고파>! 가고파의 탄생 비화와 그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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