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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글/시

신이 내게 묻는다면 - 천양희

    
     
    신이 내게 묻는다면 - 천양희
    무너진 흙더미 속에서 
    풀이 돋는다 
    신이 내게 묻는다면 
    오늘 내가 무슨 말을 하리 
    저 미물보다 
    더 무엇이라고 말을 하리 
    다만 부끄러워 
    때때로 울었노라 
    대답할 수 있을 뿐 
    풀은 자라 
    푸른 숲을 이루고 
    조용히 그늘을 만들 때 
    말만 많은 우리 
    뼈대도 없이 볼품도 없이 
    키만 커간다 
    신이 내게 묻는다면 
    오늘 내가 무슨 말을 하리 
    다만 부끄러워 
    때때로 울었노라 
    대답할 수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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